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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장인어른 김영철

오는 12월 20일은 장인어른의 칠순입니다. 장인어른의 지난 70년을 회고하며, 문득 장인어른의 10대를 상상해봤습니다. 당신은 마흔 전에 전역한 군인 집안의 장남이었습니다. 밑으로는 나이 어린 남동생이 둘 있었습니다. 1961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였던 가난한 나라의 젊은이였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건 장인어른 필생의 숙제였습니다. 물리학도를 꿈꿨으나, 개업 약사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부친과 모친, 동생들을 더 이상 굶기지 않겠다는 강한 일념에서였을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시민약국의 길. 장인어른은 성공하셨습니다만 너무나 고단한 성공이었을 겁니다. 아침에 나가 밤늦게까지 밤낮도, 주말도 없이 30대의 청춘을 바쳐서 얻어낸 땀과 눈물의 영광 아니었을까요. 그사이 사랑하는 아내와 딸 하나, 아들 하나인 가정을 꾸리셨습니다.

고된 성공 끝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셨지만, 집에서 노는 아버지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개업가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개업 약사의 길은 2015년 딸(제 아내)이 시집을 가고, 2014년 장인어른 부친께서 소천하시는 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1981년부터 2016년까지. 65세에 이르러서야 운명은 장인어른에게 시간의 자유로움을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장인어른 모친께서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장인어른은 은퇴의 자유로움을 모친 간호에 바치고, 오늘날까지 헌신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40대가 돼보니, 한 세대의 진전과 자녀세대의 앞선 출발점은 부모세대의 오롯한 희생 위에 피는 연꽃 같은 숙명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진흙 속에 살면서 진흙에 물들지 않고, 연못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의 속성 말입니다. 불꽃 같은 집념으로 한 번뿐인 청춘과 젊음을 던져 장인어른은 가족을 가난에서 지키셨고, 지금은 노년의 자유로움을 던져 모친을 지키고 계십니다. 남들이 따라 하거나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초인적인 효도의 길입니다.

저희는 그런 장인어른이 존경스러우면서도 애틋합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고, 여전히 노구에도 가족을 지키고 계신 칠순의 장인어른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나 고심해봅니다. 비록 장인어른의 짐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지만, 건강 관리 잘하셔서 시간이 흘러 진정으로 건강과 시간이 함께 허락될 때, 여행도 가 보고 맛있는 곳에서 식사도 같이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장인어른의 희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아이들 잘 가르치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평상시 장인어른을 아버님이라 호칭할 만큼 당신은 제게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사랑합니다, 아버님.

사위 이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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