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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경의 ‘우주여행 2021’

로켓에 실어 다음달 18일 발사
황금 육각 거울 18개 이어붙여
150만㎞ 비행하며 하나씩 전개
135억 년전 우주모습 보여줄 듯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했던 나도 은하수를 직접 본 건 딱 한 번이다. 학부 견학프로그램으로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천문대를 방문했을 때다. 구불구불한 밤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마주친 은하수의 아름다움은 꿈인가 싶을 정도로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20년 전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별을 보기 힘들다. 빛이 넘쳐나는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에서조차 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는 달, 행성, 그리고 대표적인 별자리 정도랄까? 그렇다면 사진으로 보는 그 많은 별과 은하는 다 어디에 있는 걸까?

별과 은하는 그곳에 있다. 다만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땅에서는 그 빛이 제대로 닿지 않을 뿐이다.

천문학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허블 망원경’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가진 이 망원경은 지구 주위를 돌며 낮과 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밤하늘을 관측한다. 대기가 희박해 먼 곳에 있는 별과 은하도, 성운도 또렷하게 찍을 수 있다. 우리가 봐 왔던 알록달록 아름답고 경이로운 천체 사진들 대부분은 허블 망원경이 찍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우주의 신비와 비밀을 널리 알려왔다. 미국의 정찰위성인 키홀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이 망원경은 5번의 수리와 부품 교체를 통해 30년간 우리 곁을 지켰지만, 이제 그 수명이 다해 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달 18일, 허블을 이을 다음 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James Webb)’이 우주로 올라간다. 가시광, 즉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의 빛을 관측하는 허블과는 달리 가시광보다 좀 더 긴 파장을 갖는 적외선을 관측하기 때문에 성운과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천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주 탄생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멀리 떨어진 은하는 적외선으로만 관측할 수 있다. 허블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은하와 별이 탄생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 제임스 웹은 빅뱅으로부터 약 3억 년 후인 135억 년 전의 우주를 관측해 초기에 만들어진 은하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

제임스 웹은 거대하다.

이제까지 가장 큰 우주망원경이었던 허블의 주경, 즉 빛을 모으는 거울의 크기가 지름 2.4m인 것과 비교해 금빛으로 빛나는 18개의 육각형 거울을 벌집 모양으로 이어붙인 제임스 웹의 주경은 6.5m에 달한다.

문제는 이 우주망원경을 실어 보낼 로켓, 즉 우주 발사체에 담을 수 있는 망원경의 폭은 겨우 5m도 안 되기 때문에 제임스 웹의 주경은 접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했다. 또한, 적외선 관측은 열에 민감하므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차단하는 거대한 방패처럼 생긴 차폐막을 달고 있는데 이 역시 크기가 테니스 코트 길이만 하다. 따라서 이것도 접어야 했다.

이렇게 접힌 망원경의 각 부분은 우주로 올라가서야 서서히 펼쳐진다. 우주로 올라간 후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장소를 한 달에 걸쳐 여행한다. 이 여정 동안 접힌 부분을 차곡차곡 펼치면서 가는데 이런 전개 기술은 우주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기술이다. 우리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과정이다. 제임스 웹이 향하는 장소는 L2라고 부르는 곳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중력의 평형을 이루는 5개의 위치를 라그랑주 점이라고 하며 이 중 태양, 지구와 일직선을 연결했을 때 지구 바깥쪽에 있는 두 번째 라그랑주 점을 L2라고 한다. 제임스 웹은 L2를 중심으로 태양을 등진 채 지구와 같은 공전 주기로 움직이며 우주를 관측한다.

Seeing back into the cosmos(과거의 우주를 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과 은하를 보여준 지상 망원경이 우주를 보는 창이었다면 우주망원경은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우주의 과거를 보여주는 창이다. 금빛 찬란한 돛을 펼치고 우주로 나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여줄,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