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사고땐 국가·기업 분쟁”

정부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사용 허용을 16일 보류하기로 한 데 대해 산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계는 그동안 불순물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용 요소수를 민감한 기계 장치인 차량이나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장치(SCR)에 사용할 경우 자칫 기계 고장은 물론, 안전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졸속 검사만으로 허용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력 경고해 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자칫 고장이 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문제를 놓고 사용자와 기업, 국가가 갈등과 분쟁을 벌이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환영했다. 국내 완성차, 수입차 업체들도 “산업용 요소수 활용은 전 세계적으로 시도해 본 적이 없어 자칫 차량이나 SCR 시스템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우려해 왔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양산 수준의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문제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는 증류수를 사용하는 차량용 요소수와 달리 공업용소를 사용하는 데다, 필요한 경우 변질을 막기 위한 코팅용 화학 물질을 추가로 섞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대적으로 불순물이 많아 연구소 수준의 시험 결과만으론 안전성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업용 요소수 전환의 환경성 및 안전성 실험을 위해 2500cc급 경유 화물차 2대를 사용했다.

조영진 한국화물운송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화물 차주들은 보통 매달 200만∼300만 원씩 차량 할부금을 내고 있고, 어떤 사정이 있든 운송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철저한 검증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관범·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