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물증 못찾은 채
‘윤석열 배후’ 전제 수사 무리수

檢은 대장동 50억클럽 속도전
곽상도·박영수 소환조사 임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시절에 근무했던 부속실 직원에게 수차례 소환장을 보내 출석을 압박하는 것을 놓고 표적 수사 및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아직 윤 후보가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지시했다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고, 작성자와 전달자도 특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속실 직원을 소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1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지난해 총장 부속실에서 근무한 실무관 A 씨에게 최근 소환조사를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9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윤 후보를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어떤 물증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기각된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서 고발장 작성·전달 등 과정에서 ‘성명 불상’이란 표현을 23차례나 사용하는 등 행위 당사자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소환조사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 처리 내용이 무조건 총장한테 보고되느냐” “판사 사찰 문건과 장모 사건 대응 문건 등이 총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냐” 등 사실상 윤 후보를 겨냥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발장 작성과 전달 당사자도 특정이 안 된 상황에서 그 배후에 윤 후보가 있다고 강한 의심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 내부에선 친정부 성향 대검 간부인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A 씨에게 공수처 출석 협조를 지시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구속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을 상대로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어 곽상도 전 의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은 전날 김 씨를 불러 대장동 개발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정치권 및 법조계 로비를 벌였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초 곽 전 의원을 시작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차례로 불러 뇌물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염유섭·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