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포커스 - 탈레반의 기원·전개

1996년 집권이후 공포 정치
다른 종교와 타협 용납 안해

‘탈레반, 넌 누구냐.’

우선 탈레반은 ‘학생’이라는 뜻의 파슈토어로, 이슬람을 가르치는 기숙학교 마드라사에서 공부하는 신학생을 가리킨다. 탈레반이 탄생한 건 1994년.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철수한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992년 내전이 시작되고 이때 칸다하르에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으로 대소련 항쟁에 참가했던 마드라사 학생들이 자경단을 조직했는데 이 자경단이 탈레반의 시작이다.

각종 내분과 폭정에 지친 아프간인들은 처음엔 이슬람의 가치를 우선하고 부패와 싸우겠다는 약속을 내건 탈레반을 대체로 환영했다. 하지만 1996년 집권한 후 탈레반은 국민에게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며 공포 통치를 펼쳤다.

집권 당시 탈레반은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에게 피난처를 제공했고 9·11 테러 직후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해 미국의 침공을 당했다. 대대적인 공습에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고 살아남은 탈레반 지도자들은 파키스탄으로 도망쳤다. 탈레반은 언젠가는 미국이 인내심을 잃고 아프간을 떠날 것이라는 가능성에 베팅을 걸었고, 지난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로 탈레반으로서는 이 전략이 옳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입증됐다.

탈레반의 목표는 샤리아법이 지배하는 순수한 아프간을 만드는 것이다. 탈레반 대원 대다수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주로 무료 기숙학교인 마드라사에서 엄격한 원리주의 이슬람 사상을 공부했다. 이들은 다른 종교와의 타협은 물론 최소한의 대화조차도 상정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여성 인권도 이들에게는 어불성설이다. 여성은 2세를 생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한 인터뷰 영상에서 탈레반 대원은 여성을 정부 관리로 등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여성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 질문 정말 웃기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