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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이 ‘전(全)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을 대선을 앞둔 내년 1월에 지급키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올해 초과 세수를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 분식’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재명 당 대선 후보가 주장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보다 더 걷힐 세금이 43조6000억 원이다. 이 중 2차 추경으로 편성된 31조6000억 원을 제외한 초과 세수 예상분 12조 원을 올해 걷지 않고 내년 본예산 세입에 편입시켜 국민 1인당 20만∼25만 원씩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원래 정부가 재정을 운용하다 남는 것이 있으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가채무상환 등에 사용해야 한다. 규정대로 하면 남는 돈이 3조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초과 세수를 올해 걷지 않고 내년으로 미루면 국가재정법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초과 세수를 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민주당이 ‘예산 분식’이라는 ‘꼼수’를 낸 것 같다.

이미 경험했듯이 전국민 지원금은 효과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KBS 조사에 따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공감하지 않는다’ 67.9%, ‘공감한다’는 29.3%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꼼수’를 쓰면서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이 후보를 위한 매표(買票)행위라는 비난을 비켜 가기 어렵다. 더욱이 이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재정농단이다.

내년이면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이 넘는다. 최근 IMF의 ‘재정점검 보고서’는 향후 5년간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선진 35개국 중 가장 빠르다고 경고했다. 2026년 정부부채에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국가채무(D2) 비율이 66.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경제 쇠퇴가 우려된다.

국가채무는 그 자체로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자본축적의 원천인 저축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새로운 자금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그것은 민간의 저축된 자금을 정부의 수중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저축의 사용처를 관료나 정치인들이 원하는 사용처로 바꾸는 것이다. 그 사용처가 대부분 정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된다. 그래서 국가채무는 적을수록 좋다. 기회가 닿는 대로 국가채무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가채무를 줄이긴커녕 오히려 늘리는 정책을 내놓는다.

국가채무는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정부가 국가채무를 상환할 방법은 증세하거나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증세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므로 경제가 더 추락할 수 있고,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명목으로 마구 돈을 푸는 것은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내모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국가채무를 줄이고 민간이 많은 자금을 활용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경제가 활력을 찾고 살아난다. 한국의 잠재 GDP 증가율이 2030∼2060년 연평균 0.8% 수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OECD의 전망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