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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여당과 야당들은 각각 후보를 선출하면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아니면 말고라는 허위공작이 판을 치는 것도 대선이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언어의 향연이 벌어지는 것 역시 대선이다.

대선이 다가오면 유력 후보들 간의 선거운동은 치열해진다. 역대 대선을 보더라도 후보들이 상대를 공격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여당은 공권력을 동원해 야당 후보를 공격한 경우가 많았다. 공정한 선거운동이 헌법과 법률에만 있는 것이어서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하는데 실지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대선을 보면 공정선거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선거철이 오니 법무부와 검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원래 수사기관이나 행정기관은 주어진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수십 차례 언급한 것처럼 모든 국가 작용은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므로 법무부와 검찰, 공수처도 예외는 없다.

언론은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에서 대검 감찰부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기를 포렌식하면서 전화기 사용자들의 참관을 거부했고, 공수처는 바로 관련 자료를 압수해 갔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수사 과정이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은 윤석열 후보가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고, 수사의 진척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재명 후보가 의혹은 받고 있는 대장동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지부진하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말로는 전담수사팀에 합류했던 수사관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가 곧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서 수사에 들어간 시기를 보면 검찰이 사건을 신속하게 명명백백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수사의 생명은 공정과 신속이다.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검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사건을 앞에 두고 저울질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다. 양 후보가 관련된 의혹 사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형사사건은 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법치국가는 법이 우선이지 정치권력이 우선일 수 없다. 수사기관이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면 법치를 포기하고 정치권력에 야합하는 것이다.

공정한 수사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들었다면 이번에는 검찰의 명예를 걸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해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대장동 특검’ 등을 촉구하는 대검 앞의 ‘근조 화환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말해준다. 출범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던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수사권은 정치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