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가을 단풍이 든 서울대 교정에서 벤치에 앉아 웃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파워인터뷰 - ‘美동맹 핵심’호주의 對中외교

미·중 갈등의 격화 속에서 ‘줄서기’를 강요받는 국가는 한국뿐 아니다. 역내의 거의 모든 국가가 비슷한 처지에 처해 있지만 대응은 제각각이다. 최근 학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국가는 단연 호주다. 중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치·규범을 내세우면서 경제·무역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것.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미국·유럽에 가까운 국가라는 정체성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과 달리 미국의 동맹이라는 편을 이미 선택한 것일까. 2004∼2007년, 2011∼2016년 기간에 걸쳐 두 차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중국 부상에 대한 좌표를 조사했던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호주인들은 자신들의 국가가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을 몸소 실천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주 기업들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대중국 대응이 흥미롭다.

“호주는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굉장히 멀기 때문에 한국보다 중국으로부터 느끼는 지정학적 위협이 적은데도 중국에 대해 이 같은 전략적 위상을 정했다. 호주는 ‘남중국해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호주가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남극이 아니라 위쪽인 말라카 해협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호주가 추구하는 가치·규범에 있어 중국은 너무나도 큰 도전이고 위협이라는 인식이다. 홍콩·신장(新疆) 문제도 그렇고, 중국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샤프 파워’(영향력을 활용한 집중 보복)를 휘두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부터 와인까지 전방위적 제재를 가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호주 산업계는 ‘국익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익과 가치·규범에 따른 제재의 피해는 어떻게든 참아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랍스터(바닷가재) 수출금지로 인한 호주 어민들의 피해가 컸는데도 이를 견뎌내고 있다. 동맹은 대체로 군사적 위협에만 유용한데, 사실 중국의 경제 제재에 대해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미국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자 협의체) 결성을 계기로 호주에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지원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이 천명한 ‘동맹을 위해 대변하겠다’(speak for allies)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저서에서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계추’ 현상이 심각하다고 했는데, 호주는 어떤가.

“호주도 노동당과 자유당이 돌아가며 집권하지만 외교·안보에서의 입장은 양당이 상당히 비슷하다. 중국 정보통신기업인 화웨이의 배제가 대표적인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중국에 매우 취약한 나라인데도 가치·규범의 수호,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일어난 것이다.”

―대중 균형 정책을 취하는 호주와 함께 ‘헤징’ 전략의 싱가포르, ‘편승’ 전략의 필리핀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베트남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문제는 동아시아 15개국을 연구할 당시 영어로 된 베트남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베트남이 중국에 각을 세우고 중국도 베트남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둘 다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준(準)민주주의고, 필리핀·호주는 민주주의이자 미국의 동맹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좀 더 흡사하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