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 재개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중국 매체들이 잇따라 한국의 요소수 부족 사태를 외교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입지를 분명히 다지는 한편,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중국이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처럼 이번에도 반도체 등에서 미국에 협조하는 한국에 비공식적 경제 제재를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커지고 있다.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9일 한국의 요소수 부족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중국의 요소 수출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정”이라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도 “총력을 다해 중국 당국과 접촉하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연구·검토 중’이라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요소 등의 원료인 석탄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지난 10월 15일부터 사실상 요소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에너지 사용량과 오염물질 배출 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 따른 것으로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이 고의로 수출 금지를 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편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런민즈쉰(人民資訊)이나 텅쉰왕(騰訊網) 등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주장도 내놓았다. 중국의 인터넷 논객 선나오즈쉰(神鳥知訊)도 “지금 한국은 중국에 요소 수출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으로, 부디 한국이 신중한 결정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이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점검하는 과정에 한국이 협조할 것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B3W)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동참을 미리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