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예원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거리 유세 중 지지자들과 만나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예원 제공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이예원 獨 연방 하원의원

사회정의 실현·환경보호 위해
젊은층서 정치적 목소리 내야
생활이슈, 민주적 해결책 필요

韓청년들 차별·부정에 맞서고
정치적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독일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인식하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독일 연방의회에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입성한 이예원(34)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독일 청년들의 정치 참여로 젊은 정치인들이 의회에서 이들을 대표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앞으로 독일 연방의회의 다른 젊은 사회민주당(SPD) 의원들과 함께 청년들의 활동과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한 시점은 독일 연방의회가 개원하기 직전이던 지난달 말이었다. 그는 “의정 활동 준비로 바쁜 시기이지만 성심성의껏 의견을 이야기해 보겠다”면서 독일과 한국의 청년 정치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지난 9월 26일 치러진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사민당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했다. 한인 이민 2세, 여성, 청년이라는 3개나 되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어서 더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시 1지역구에서 사민당 후보로 나섰다가 23.8%를 득표, 녹색당(30.2%)·기독민주당(25.6%) 소속 현역 의원 후보들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이 1당으로 부상하면서 당선을 거머쥐었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인 2표제로, 지역구 의원 1명과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이 의원은 “독일 청년들은 기후변화나 인종 차별, 성차별 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독일 젊은이들은 정치적인 요구를 하기 위한 플랫폼을 스스로 만들고 이를 통해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모임이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미투(Me Too) 운동은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거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잃고 직업훈련을 못 받으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부당한 문제에 많이 직면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사회와 정치의 모든 분야에서 ‘불공정’을 없애는 것이 내 정치 활동의 목표”라며 “실제로 많은 젊은층으로부터 연금, 임금, 임대료, 교육, 기후변화 등 모든 분야가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속한 사민당은 진보적 성향으로 기민당과 함께 독일의 양대 정당이다. 사민당은 최근 최저임금, 기초연금, 단시간 수당,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동성결혼과 같은 다양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사민당 내 매우 활동적인 청년조직에 속한 이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로 해결하려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보다 많은 젊은이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30대에 의회에 입성하면서 청년을 대표해 느끼는 책임감도 작지 않다. 그는 “청년들이 정치로 인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가 양 극단으로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정치적인 활동에 나서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어려 연장자인 동료 의원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고, 같은 사회문제일지라도 다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정치에서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자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라며 “실제적인 생활 이슈에 대해 보다 민주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987년 독일 아헨에서 태어난 이 의원의 부모는 1986년 독일로 건너왔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 최대 공대인 RWTH 아헨공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였고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다. 아버지의 일터였던 RWTH 아헨공대에서 정치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는 독일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한국어로 대화하는 가족 문화 덕택에 한국어도 곧잘 한다. 이 의원은 “다른 사람들이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정치 입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국 청년들에게도 응원 한마디를 전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싸우기를 바란다”며 “한국 청년들이 정당이나 정치적인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