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정상회의·COP26 결산

기시다, 英·호주 정상들도 만나
文, 교황방북·종전선언 외교 등
기대한 성과 얻지 못하고 종료

바이든 ‘反中 동맹’강화 방침에
美·中 사이서 큰 부담만 떠안아

글래스고 = 민병기 기자, 김선영 기자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애초 기대했던 성과 대신 부담만 안고 귀국길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보이는 동시에 교황 방북, 종전선언,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끌어내려 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식 회담 불발 등으로 핵심 의제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시간이나마 회담을 가진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 움직임에 향후 미·중 사이 갈등 국면에서 부담이 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뒤 3일 오전 헝가리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첫 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방북을 재차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등 대북 정책의 추진력을 얻겠다는 시도는 무산됐다. 행사 전 2∼3분간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무박 일정으로 영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단기간 회담’을 가진 점에 비춰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정책을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서 미뤄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며 우리 정부를 대중 전선 전면에 내세우려는 상황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견제 의도를 분명히 한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옆자리에 앉힌 채 자기 다음 순서로 발언하는 ‘배려’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COP26 회의에서는 주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일대일로 견제를 위한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회의를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중 견제 속도를 높이는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2일 COP26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과 간이 회담을 하고 빠른 시일 안에 정식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또 기시다 총리는 COP26에 참석한 반나절 남짓한 동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도 회담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는 약식 대화도 갖지 않으면서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