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李 선대위 첫 회의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李 “국가부채 비율 장해 안돼”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재강조

金 “여기저기 뒤지면 돈나오나”
李의 국정간섭·독주 행보 제동

미래·현재권력 갈등 격화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가상화폐 과세 유예 주장에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정 운영 주도권을 놓고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과 세수와 관련해 “일부는 채무 상환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저격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당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과 관련, “재정 당국이 늘 국민한테 미움을 받고 있는데 재정 당국 입장에선 쓸 수 있는 돈과 재원이 뻔하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가상화폐 과세 유예에 대해서도 “자꾸 정부한테 떠넘기지 말고 당당하게 국회에서 결정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발언으로 사실상 이 후보의 전방위적인 국정 운영 간섭과 독주 행보에 대한 정부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후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며 재차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가계 부채 비율이 높고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며 “빚을 막 늘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부채비율이 크게 장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은 후보의 입장이 분명하고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재정 여력이 없다’는 김 총리 발언과 관련해서는 “누구 얘기인가”라고 반문하며 “어디에 편성하는가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 (내년도) 본 예산에 넣어서 처리하는 건 정부 측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 후보는 회의 후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할 말 없다”며 국회를 빠져나갔다.

정치권에선 이날 김 총리와 이 후보의 충돌이 단순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의견 대립이 아닌,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국정 운영 주도권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이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초과 세수를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후보가 1인당 30만∼50만 원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구상대로라면 연말까지 예상되는 추가 세수(10조∼15조 원)보다 많은 15조∼25조 원의 나랏돈이 필요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늘 총리가 말씀하셨고, 기재부는 일절 이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우성·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