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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어 그리고 가정 |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女, 男보다 대학진학률 높지만
졸업 10년후면 진급 등서 역전

성별 소득격차 원인은 ‘출산’
더 많이 일하도록 채찍질하는
노동 구조부터 먼저 바꿔야

현대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
100년간 美 경제사 통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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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다(고들 말한다). 혹자는 ‘여성 상위시대’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대학 진학률은 지난 20년간 남성보다 항상 높았고, 취업률도 (일부 지역에서는) 남성을 앞질렀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여성들은 여전히 유리천장에 직면해 있을 뿐 아니라 ‘성별 소득 격차’(gender earnings gap)마저 겪고 있다. 여성은 비슷한, 아니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성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성별 소득 격차가 어떤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지 지난 100여 년의 미국 경제사를 통해 밝힌 책이다.

2020년 당시 미국의 25세 여성 중 45%가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남성은 36%에 불과했다. 미국 대학에서 여성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의 일이다. 대학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 석사와 박사에 도전했고, 그에 따라 사회 진출도 확대됐다. 하지만 졸업 후 10년 정도 되면 진급은 물론 소득 격차도 커지기 시작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임신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가장 크다. 1930∼1950년대까지는 명시적 유형의 차별이 존재했다. 임금은 고사하고 고용에서부터 여성은 배제됐다. 1940년대까지 기혼 여성의 고용을 제한하는 제도(marriage bar)가 존재했다. 대학과 일부 정부기관에는 ‘가족 채용 금지 제도’(nepotism bar)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노골적인 차별의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여성을 차별한다.

이런 현상을 직종 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 즉 여성과 남성이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탐욕스러운 일” 때문이다. 1980년대 초부터 “소득 불평등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승승장구했고 급여도 높아졌다.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주는 제도들이 생겨났지만. 남성들은 이런 제도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여성을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마거릿 길핀 리드는 이미 1920년대에 “여성이 수행하는 무보수 노동을 국민소득 계상에 포함”시키고자 노력했다. 여전히 돌봄 노동을 포함한 가내 노동은 국민소득 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미국의 최근 추산치는 국민총생산(GNP)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그 옛날에는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여성이 가내 노동에만 참여한 것도 아니다. 1900년 이전에는 소수의 여성이 교사·기자·간호사 등으로 일했고, 석·박사 학위가 있는 여성들은 공직자·변호사·학자로 일했다. 사무원·타자수·경기부기원 등 단순 사무직종은 그보다 더 소수였다.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이어진 베이비 붐은 “고학력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쳤다. 1950년에 미국은 ‘젊은 엄마’가 많아졌는데 “대졸 여성의 60%가 30세 이전에 첫아이를 낳았다.” 당시 대졸 젊은 엄마들은 “노동시장에 다시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할 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별 소득 격차는 존재한다. 각종 뉴스와 정책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안건이지만, 사회 전 분야에서 성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간단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모든 직원이 온콜(on call) 상태에 있기 원한다. 결국 시간적 유연성이 있는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 부모가 육아에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 궁극에는 “상충 관계가 젠더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은 시급하다. 성별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정은 계속돼야 한다. “많은 여성이 우리에게 넘겨준 바통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개인은 물론 경제·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