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인간성이 매몰된 채 부여된 번호로 불리며, ‘탈락은 곧 죽음’이라는 설정은 극단의 경쟁을 벌이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다. 또한 붉은색의 진행자, 녹색의 참가자로 나뉜 풍경은 계급 사회를 향한 풍자로 읽힌다. 넷플릭스 제공

■ ‘오징어 게임’ 글로벌 흥행성공 속에 담긴 메시지

다양한 ‘루저’ 들의 서바이벌
‘불평등 현실’ 탈출 위해 도전

돈 때문에 규칙 · 도덕 저버려
부조리한 상황에 동질감 느껴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호러.” “패자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돈이 최고 가치인 거품 같은 욕망’ ‘잔혹한 서바이벌 경쟁’ ‘승자와 패자 굳건한 구조’라는 당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로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세계적 열광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저택과 반지하의 삶을 대비시킨 영화 ‘기생충’의 문제의식을 잇는다는 평가와 함께 팬데믹 봉쇄시대를 거쳐 다시 경쟁사회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정확하게 집어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일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의하면, 지난달 30일 ‘오징어 게임’은 조사 대상 83개국 중 인도(2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부터 8일째 ‘글로벌 넘버원’이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주는 잔혹한 서바이벌의 세계는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다. 게임판으로 끌려온 인물들은 해고 노동자, 실패한 펀드매니저,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등 소위 ‘루저’들이다. 이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게임에 내몰리면서도 게임보다 더 냉혹하고 불공정한 실존의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끔찍한 도박을 감행한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한판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라리 ‘지옥’ 같은 현실의 불합리와 불공정보다는 나은 것이다. 양극화 등 이미 일상으로 파고든 사회 구조적 문제도 건드린다. 456억 원을 따내기 위해서라면 규칙이나 도덕쯤은 쉽게 저버린다. 돈 때문에 동료를 속이고, 경쟁자를 짓밟으며, 급기야 목숨까지 빼앗는다. 칼만 안 들었다뿐이지 요즘 현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와 다를 게 없다. 동심을 담은 한국적 놀이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그 안의 메시지는 인류 공통의 고민인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을 웅변하고 있다.

이는 마치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서 반지하와 대저택의 삶을 대비시키며 빈부차를 꼬집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기생충’의 반지하도 지극히 한국적 소재였지만 디스토피아로 추락한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는 면에서 대단히 보편적이었다. 미국 CNN은 “‘오징어 게임은 정말 끝내준다”며 “이 작품의 흥행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피가 튀는 스릴러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19 봉쇄 이후 치열한 경쟁 사회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활용한다”며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에 꼭 들어맞는 호러”라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의 룰이 단순하다고 하지만, 현실 사회의 룰도 간단하고, 그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는 구조도 같다. 문제는 승패가 아니라 승자 독식의 환경이다. ‘오징어 게임’은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면서 “한국만의 소재와 내용, 하지만 공동의 문제의식을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장르(스릴러, 액션, 좀비 등)로 풀어내 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