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국회에 우려 표명키로

“규제, 헌법·인권기준 맞아야
언론 자유, 우월적 권리 필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우려 의견을 표명하기로 한 것은 해당 법안이 순기능보다 언론의 자유를 심각히 위축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입장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독립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17일 발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은 그동안 국제 인권·언론단체들이 수차례 우려를 제기했던 것과 같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특히 인권위는 개정안에서 명시된 허위·조작보도 개념과 고의·중과실 추정요건 등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언론 보도에 대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독소 조항’으로 보고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 표명에는 송두환 위원장의 판단과 신념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취임 전인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언론보도 등으로 인한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언론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런 취지와는 별개로 규제 방식이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 제한과 관련해선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 되는 기본적 권리로서 규제에 대한 합헌성 판단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헌법상의 다른 권리들에 비해 더 강한 보장을 받아야 하는 우월적 지위가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언론의 자유 관점에서 봤을 때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 개념의 모호성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의 모호성 △뉴스 포털 등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과 등의 문제점이 발견된다며 개정안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와는 별개로 가짜 뉴스 근절을 이유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할 때는 헌법에서 요구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 등이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