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선택 김포 대리점주 아내

“고인에게 잘못 있다고 주장
택배노조 도저히 용서 못해”
명예훼손·모욕행위 처벌 요구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불법 파업과 조직적인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대리점주 이모(40) 씨 유족이 17일 택배노조원 13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택배업계에 최근 ‘노조 파워’가 커진 상황에서 경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씨의 아내 박모(40) 씨는 17일 오전 경기 김포시 김포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택배기사 등 13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죄(명예훼손)와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13명은 집단 괴롭힘이 벌어졌던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장기 집배점 택배노조 조합원 7명과 장기 집배점 외 6명 등이다.

박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피고소인들의 잔인한 행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며 “하지만 오히려 고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소인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과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다시는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으로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소장에는 택배노조원 13명이 저지른 명예훼손 행위 총 30회와 모욕행위 69회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명예훼손과 모욕 행위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려진 내용을 검토해 추가될 수도 있다. 박 씨와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이날 휴대전화 임의 제출을 포함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CJ대한통운 김포장기집배점을 운영하던 이 씨는 지난달 30일 택배노조원들 때문에 괴로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 씨와 함께 일하던 택배기사들은 택배 수수료 조정 등 여러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지난 5월 택배노조에 가입하고 불법 파업 등 집단행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피고소인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고인이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등 허위사실이나, “누구 말대로 ×병신인 건가…뇌가 없나…참…멍멍이××같네…ㅋㅋㅋㅋ”와 같은 심한 욕설을 올리는 등으로 고인과 배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