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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한 가족│에이미 블랙스톤 지음│신소희 옮김│문학동네

“아이 부모든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이든 간에, 인생 경로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 성취감과 의미 있는 관계를 지키려는 마음이다. (…)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알맞은 선택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25년째 유지하고 있는 저자가,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 700여 명을 설문 조사하고 70여 명을 인터뷰해 쓴 책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우린 아이 안 가져’(http://werenothavingababy.com/)라는 블로그를 열어 무자녀 커플로서의 삶, 혹은 이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연구해왔다. 일차적인 목표는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었는데, 연구는 점차 사회학적 분석과 과제를 수반하게 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공적 관심사이자 정치적 논쟁거리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은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또 그런 삶이 사회, 경제, 환경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각도로 풀어낸다.

아이를 낳는 것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모두 ‘선택’의 문제다. 책은 그 선택이 각자 인생의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혼했다고 모두 부모가 돼야 할까. 아이를 낳아야 할 결정적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부모가 되는 일은 과연 나와 가족, 사회에 이로운 것일까.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양육비 등 경제적 이유에서 아이를 원치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율성, 혹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삼기에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다. “속설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은 후회하기 마련이라지만 그보다는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는 낙인에 대한 자각, 모든 이에게 이해받을 순 없다는 현실에 대한 수용, 자신이 가장 적절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간다는 기쁨을 보여준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니 만약 아이를 낳기로 선택한 사람이 아이 없는 사람에게 “나중에 후회해” “외롭지 않아?” 라고 질문하고 싶다면 자신부터 타당한 논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흔히 ‘딩크’라고 하는, 즉 아이 없이 사는 ‘부부’의 개념을 확장한다. 이들을 커플이나 부부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책은 이들을 ‘아이를 갖지 않은(childfree)가족’으로 규정한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지는 않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고모나 이모로서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교사, 사회 복지사, 소아과 의사 등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 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부도 많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었음에도 자식을 원치 않은 무자녀 성인들은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존재라는 게 책의 핵심 중 하나다.

책은 연애-결혼-출산의 궤도만을 정상으로 간주해 온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해서도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하나하나 짚어낸다. 특히 엘렌 펙의 ‘아기라는 덫’ 등 모성 신화를 깨트린 역사적인 연구와 발표, 선언까지 소개하며, 그동안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해 온 숱한 책들과 구분 짓기를 시도한다. 의무, 운명, 본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자율성’에 근거한다면, 아이를 낳든 아이를 낳지 않든, 개인과 가족, 사회가 모두 함께 꽤 괜찮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하며. 372쪽, 1만6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