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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게임과 스마트폰에만 빠진 무기력한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래 성실하고 의욕적인 아이였는데 작년부터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 중3인데, 그 무엇에도 의욕이 없고 게임에 하루 종일 빠져 있습니다. 같은 학교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만 소통이 되나 봐요. 하루 12시간 넘게 게임을 하고, 동이 틀 때쯤 잠들다 보니 낮에 잠을 잡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돼 겨우 수업에 접속은 하는데 켜놓고 자다가, 스마트폰으로 딴짓하다가 그래요. 몇 개월 전만 해도 제가 잔소리를 하면 따지고 대들던 아이가 이제는 그냥 문을 닫고 저와 대화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요. 이렇게 무기력한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A : 당장 몰입할 다른 일 찾아주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

이미지 크게보기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 솔루션

게임에서 빠져나와 갈 곳이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왕따나 학교폭력 등의 문제보다도 무기력이나 게임중독으로 상담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었습니다. 게임을 하지 마라, 적당히 해라, 이런 말은 아마도 여러 번 해보셨고 통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게임을 얼마나 덜 하느냐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그 시간에 가만히 누워만 있다면, 게임을 끊을 이유가 없습니다. 온라인 밖 현실 세상의 다른 재미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부모의 마음이야 그 시간에 공부하면 되지 않겠느냐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첫 번째로 지금 당장 몰입할 다른 일을 찾는 것, 두 번째로는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몰입할 대상에 대해 너무 욕심내지 말고, 최악에서 덜 나쁜 것으로 가는 것을 먼저 시도해야 합니다. 여기서 덜 나쁘다는 것은 부모님 입장이고, 청소년 입장에서는 순간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면 아주 좋습니다. 역할수행게임(RPG)에 빠져서 시간을 소비하고 돈까지 썼다면,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허락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 듣기, 춤, 격투기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리면 좋겠지만, 꿈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김현수 저)에 나오듯 대화를 시도할 때는 청소년의 마음을 묻는 자세여야 합니다. 어른들은 대화를 통해 좋은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좋은 내용의 조언은 책이나 인터넷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들을 자세로 시도하는 대화가 아니라면 대화하지 않는 게 나을 때가 많습니다. 꿈을 찾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손을 잡아주고 함께 인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주원 원장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