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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뜨거운 개’를 먹는다.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보신탕을 먹는 것을 두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개는 이름에 개(dog)가 들어가 있을 뿐 진짜 개는 아니다. 반으로 가른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어서 먹는 음식 핫도그를 먹는다는 이야기다. 우리 역시 나무젓가락에 소시지를 끼워 밀가루 반죽을 묻혀 튀긴 뜨거운 개를 먹는다.

핫도그의 이름 유래는 꽤 재미있다. 소시지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새로운 소시지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미국으로 전해진다. 미국인들은 운동경기장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소시지를 굽거나 삶아서 반으로 가른 빵 사이에 넣어 팔게 된다. 장사꾼들이 다리 짧은 닥스훈트를 닮은 소시지를 썼다 하여 ‘따끈따끈한 닥스훈트 소시지 빵 사세요’라고 외치며 팔았다.

그런데 이 장면을 그린 만화가가 ‘닥스훈트’의 철자를 몰라 그냥 ‘핫도그(hot dog)’라고 적는 바람에 졸지에 ‘뜨거운 개’가 된 것이다. 개가 아닌 개를 닮은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먹는 것이지만, 여하튼 이름만 보면 미국인들이 개를 먹는 것은 맞다. 그리고 이것이 전세계로 퍼져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 이름에 의문을 품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개를 떠올리지 않으니 그저 맛있게 먹고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철탕’이나 ‘영양탕’은 의문이 든다. 그저 음식 문화의 하나로 여길 수도 있는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견디지 못해 뒷골목으로 숨어든 보신탕집이 내건 간판이다. 사시사철 고기가 풍부한 시절이 됐으니 굳이 한여름에 영양탕을 찾을 이유도 없다. 논란거리인 음식을 발품 팔아 찾을 이유도 없고 즐기는 음식이라면 남의 눈을 딱히 의식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핫도그처럼 자연스러운 음식의 하나로 여겨지며 피할 사람은 피하고 먹을 사람은 먹는 그런 음식이 된다면.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