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내 자정 능력에 한계 판단
고등군사법원 폐지 포함했지만
민간단체 “반쪽 개혁” 잇단 비판

군 성범죄를 처음부터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재판하도록 하고, 고등군사법원 폐지를 뼈대로 한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공군·해군의 잇따른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 영향으로 수사·기소·재판이 모두 군 조직 내부에서 이뤄지는 현행 군사법 체계가 피해자 보호 등 군의 자정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국민 여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군의 반대에 개정안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까지는 담지 못하자 군인권·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군 사법제도 및 병영문화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6명은 25일 사퇴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를 비판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될 의지가 없다”며 “군의 구태의연한 모습 반복에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시 군사법원 폐지와 실효적 군인권보호관 설치 등을 통한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반쪽짜리 대신 완전한 군 사법개혁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1948년 7월 국방경비법 시절부터 유지돼온 평시 관할관(국방장관 등 지휘관이 법원장을 맡는 것)과 심판관(판사의 자격이 없는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것) 제도 폐지를 담고 있어 7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군 사법제도 수술이 단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또 성범죄와 군인 사망사건 관련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 등 비(非)군사범죄에 대해서는 1심 과정부터 일반 법원이 담당하도록 했다. 또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평시 군사법원 사건 항소심은 모두 민간 고등법원이 관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사망 사건 등을 제외한 일반 비군사범죄나 군사반란·군사기밀 유출 등의 군사범죄 사건은 평시 1심은 보통군사법원이, 2심은 민간 고등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