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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샘별(여·36), 에릭채(29) 부부

저(샘별)는 싱가포르에 거주 중입니다. 지난 2015년 가을, 어학원에서 에릭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에는 외국어 스터디 모임 외엔 에릭과 따로 만나지 않았어요. 제가 사업을 시작해 정신없이 바쁘던 시기였고요. 무엇보다 에릭에게 호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얼마 뒤 에릭은 싱가포르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2년 뒤 2017년, 싱가포르로 돌아온 에릭과 다시 연락이 닿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한국어를 가르치는 언어교환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에릭에게 추천해줬어요. 혼자 가는 걸 망설이길래 저도 같이 가기로 했죠. 그때 조금 친해지게 됐습니다. 해가 바뀌어 2018년, 에릭이 점심을 먹자고 연락해왔어요. 밥을 먹고 나서는 “영화를 볼까, 쇼핑을 할까, 동물원에 갈까?” 등의 제안을 하더라고요. 영화쯤은 괜찮을 것 같아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영화관에 가는 길에 일순 에릭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는 참지 못하고 “나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해버렸어요. 에릭은 엄청 당황했죠. 마음을 거절당한 것 같았는데, 얼마 뒤 에릭이 연락해와선 이대로 멀어지고 싶지 않다며 고백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연인이 됐습니다.

에릭은 참 자상합니다. 중국에서도 상하이(上海) 지역에 공처가가 많다고 하더니, 상하이 인근 쑤저우(蘇州)에 오래 살았던 영향인가 봐요. 에릭은 제가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마다 큰 힘이 돼줬어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저는 타국에서 지내는 외로움이 커졌고, 에릭과 가족을 이루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냈고, 에릭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에릭에게 저도 평생 든든한 편이 돼 주려 합니다. 저희 부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