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돌아온 싱글)은 요즘 방송가의 주요 키워드입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과 JTBC ‘내가 키운다’, MBN ‘돌싱글즈’ 등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연예인과 비(非)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실패한 결혼 생활을 해학적으로 풀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속내를 밝히기도 하죠. 꽤 오랜 기간 ‘이혼’은 유명 연예인들에게 터부시되는 키워드였습니다. 그들의 긍정적 이미지에 생채기를 낸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이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2016년 기준 2.1명이죠. OECD 국가 중 9위고, 아시아 국가만 따지면 1위인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내가 키운다’에서 아이와 함께 싱글맘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배우 채림·조윤희, 방송인 김나영의 용감한 선택이 응원받고 있죠.

트렌드가 쉽게 바뀌는 방송가에서 예능은 변화무쌍하게 진화합니다. 2008년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가 등장했을 때, 가상부부의 삶이었음에도 이를 엿보는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과 흥미를 느꼈죠. 이후 12년이 흐른 뒤 지난해 말에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방송됐습니다. 실제 이혼한 유명인 부부가 나란히 출연해 한 공간 안에서 생활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대중은 “저게 가능해?”라고 되물었죠.

그 12년 사이, 방송가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나홀로족’을 관찰했고, 짝을 이룬 이들은 SBS ‘동상이몽’이나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해 부부의 삶을 공개했죠.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면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러브콜을 보내는데요. 이후 부부간 불화가 생기면 채널A ‘애로부부’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육아와 관련해 난관에 봉착하면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오은영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화를 극복하지 못해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면,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요즘 각광 받는 돌싱 예능으로 돌아오면 되죠.

그 어느 때보다 사생활 존중을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생활을 노출하고 또 엿보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방송가의 풍경은, 결국 ‘나만의 공간’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타인의 시선을 지독히 의식하는 아이러니의 산물인 SNS 세상을 비춘 거울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