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형산불에 갈 곳 잃은 주민들 터키 남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째 이어지며 4일 남서부 밀라스의 케메르코이 화력발전소로까지 번진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대피를 위해 선착장에서 아이와 개를 안고 배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부서 시작된 불 무섭게 확산
최소 8명 사망 1만6603명 대피
여름 관광수익에도 치명적 타격

화재 진압용 항공기 없애는 등
정부 주도 인프라 해체 알려지며
에르도안 반대 여론 전역으로

터키 남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8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비난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정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이미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기후변화가 그의 ‘철권통치’를 흔들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고온과 낮은 습도, 강한 바람 등으로 인근 지역으로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 터키 당국은 전국 81개 주 중 31개 주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219가구, 1만6603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안탈리아주 등은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도시가 몰려 있어 이번 산불이 터키의 여름 관광 수익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화재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남부 지역을 세력권으로 두고 있는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이 “중앙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호소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화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화재의 원인으로 쿠르드족 반군의 방화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이 같은 비판을 더욱 거세게 했다.

더욱이 산불 진압 과정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가 산간 지역 화재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소방 항공기를 없애고 소방 업무를 맡았던 인프라들을 해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터키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화재 피해자들은 SNS를 통해 “소방차가 한 대도 없다” “그들(정부)은 불이 집 근처까지 오면 돕겠다고 한다” “스스로 불을 끄고 집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NYT는 “터키에서 벌어진 비상사태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단합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터키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터키 정부는 오랫동안 부패와 경제 문제 악화로 비난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현재 터키는 경제난과 코로나19 대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터키의 7월 물가 상승률은 18.95%에 달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리라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터키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도 2만4832명으로, 지난 5월 5일 2만6476명 이후 가장 높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