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법사위 재상정 예정
대기업,중기 신기술 채택 않고
해외로 거래처 바꿀 가능성 커

‘중소기업 기술유용(탈취) 의혹’의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 전가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대안)’이 오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재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가 “초법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법안을 강행할 경우 중소기업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채택을 위축시키고 국내 혁신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대기업 A 사 고위 관계자는 20일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도 기술유용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채택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혁신 생태계 조성을 방해해 국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결국 해외로 거래처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기업 B 사 관계자는 “과도한 경영 부담을 떠안은 채 기술유용 분쟁 우려가 큰 국내 중소·벤처기업 기술을 채택하려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가성비가 좋고 품질 경쟁력이 높은 해외 기술을 채택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법체계를 무시한 규제로 인해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국제무대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 다국적 기업 역시 국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위험 부담을 무릅쓴 채 굳이 한국 중소·벤처기업 기술을 찾아 쓰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3월 유사 법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면서 ‘손해배상 입증 책임은 원고에 있고, 추가 규정 도입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바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중기 기술유용 의혹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을 담고 있는 유사 법안인 ‘하도급법 개정안(정무위원장 대안)’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기업 입증 책임 조항이 삭제된 끝에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조사·처분 시효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십 년이 지난 사건도 당사자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조사해 처벌할 수 있다”면서 “입증 책임 전가 조항과 함께 법적 안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