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법무부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해달라” 건의

방역 위반·불법촬영 등 적발해도
경찰 신고하는 단계 거쳐야 해
신속 대응못하고 현장통제 안돼

일각“지하철경찰대와 기능 중복
공무원 아닌데 특사경 부여 문제”

서울시가 지하철 내 범죄 단속과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재추진한다. 지하철 내 ‘소변 테러’ ‘치마 속 불법 촬영’ ‘열차 안 흡연’ ‘노 마스크’ 등의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시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지만, 지하철보안관은 사법경찰권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서울시는 지난달 법무부, 국토교통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하철보안관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특별사법경찰은 범죄에 대한 일반적 수사권을 갖는 일반사법경찰과 달리 특정 영역의 범죄에만 피의자 조사, 압수, 수색, 영장 신청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시는 지하철보안관에게 사법권이 없어 지하철 내에서 범죄나 질서를 해치는 일이 발생해도 빠르고 효과적인 현장 대응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실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내 주취 폭력, 마스크 단속 등으로 인한 폭행 사건은 263건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역무 직원과 지하철 보안관 313명이 다치는 등의 피해를 봤다. 범죄혐의자나 질서위반자에게 사법경찰권이 없는 지하철보안관은 그저 말리는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범죄 적발 후 피의자를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현장 통제가 어려워 증거 인멸을 하거나 소란이 이어져 생기는 문제는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다. 특히 최근엔 방역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탓에 더욱 강력한 단속의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시는 지하철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면 순찰만으로도 사건·사고 예방 효과가 있고, 범죄 혐의자와 질서위반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이 가능해 시민 안전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지하철보안관의 이동 상인, 구걸, 노숙 등 무질서 단속 건수는 연평균 11만4458건에 달하고, 지하철보안관이 단속 후 인계하거나 지하철경찰대가 적발한 절도, 성범죄 등 범죄 발생 건수는 연평균 2210건이다.

일각에선 지하철경찰대와 기능이 겹치고, 공무원이 아닌 서울교통공사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2011년부터 시가 같은 건의를 했지만 진척이 없는 핵심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시는 지하철경찰대는 범죄 단속만 해 지하철보안관의 마스크 단속,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인원 역시 지하철보안관(274명)이 지하철경찰대(180명)보다 많아 현장을 더욱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점도 시에 힘을 싣는다. 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의 단속원 역시 공무원 신분이 아니지만 2010년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돼 신분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게 시의 생각이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