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분권·균형발전 요구 묵살
공정하게 공모절차 거쳤어야”

정부의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발표에 대해 서울시와 해당 구청은 ‘대환영’ 의사를 밝힌 반면 탈락한 3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균형발전 역행’을 비판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대구·세종시와 강원도 등 전국 지자체들은 “문화 분권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야 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현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오만한 결정”이라며 “문화 균형 발전의 열망을 담아 최소한의 공모를 하라고 요구해 왔는데 이를 일거에 묵살한 것은 폭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

권영진 대구시장도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대구는 삼성가(家)의 역사와 미술도시로서 적합성·접근성이 뛰어나 대구가 미술관 건립에 적격이라는 입장을 전했는데 결국 서울로 결정했다”고 반발했다. 권 시장은 “서울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데 기준과 절차, 원칙도 없이 결정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차라리 다음 정권으로 미뤄 건립 지역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접근성, 균형발전 상징성, 부지확보 용이성 등을 들어 유치를 추진했던 세종시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술관 유치 세종 범시민추진위 관계자는 “기존 국내 문화예술 시설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문화적 기회균등 차원에서도 아쉬운 결정”이라며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 편향적인 결정을 내려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관계자도 “수십 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는데 공모를 거치지 않은 이런 방식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경남 창원·진주시도 문화분권 차원에서 이건희 미술관의 지역 건립 및 컬렉션의 지역 건립을 주장했으나 이번에도 수도권에 문화향유권이 집중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환 미군 공여지에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유치를 추진했던 경기도와 의정부시는 경기 북부 지역균형발전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아쉬워했고, 고인의 묘소와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점을 내세운 수원시는 향후 이 전 회장의 유품 순환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