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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른바 ‘코인 광풍’ 사태 이후 잠잠했던 가상화폐 가격이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서 급등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도 늘어났다. 하지만 각국 금융 당국자와 유명 인사들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출렁이고 있어,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 시장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시작된 가상화폐 가격 급등은 지난해 10월 페이팔의 ‘가상화폐 결제 허용 계획’ 발표가 단초가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 1월 기준 미국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상품 규모는 247억 달러(약 27조9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4월 유럽의 헤지펀드 브레반하워드도 8400만 달러(948억9400만 원)를 가상화폐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안정성은 아직 낮다는 평가다. 지난 2월 미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한마디 할 때마다 시장이 요동쳤던 데서도 드러난다. 지난 2월 8일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했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등했지만, 12일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거 같다”는 머스크의 발언에 가격이 이내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금융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5월 21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국무원 금융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뒤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3만3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국내에서도 4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 투자자를 정부가 보호하지 않겠다”고 언급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기준 전일 대비 12%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3일에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트코인은 투기대상”이라고 비판하자 다음 날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과거 악몽을 떠올리며 데자뷔를 호소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던 경험이 있다.

올해 초 가상화폐 가격 상승에 대해 2030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은 “3년 전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이 탄탄해져 거품이 쉽게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시행해 가상화폐거래소를 안정화하고, 이를 통해 과세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2018년 당시보다 가상화폐 시장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가 안착돼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정선형·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