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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2021년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보고서를 발표한 염유식(사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년 만에 한국인의 성행위를 묻는 첫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결혼과 출산뿐만 아니라 연애와 성관계조차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 교수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섹스하지 않는 세대’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염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지난 2000년 제약사 화이자가 조사한 이후 한국인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물은 첫 연구”라며 “20년 전과 현재의 추이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20년 전 화이자의 설문조사와 동일하게 ‘지난 1년간 성관계한 적이 있는가’를 질문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한국은 세계에서 섹스 빈도수가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20년이 지난 현재 그 수치가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이번 연구가 2000명이 넘는 서울 시민의 대표성을 확보한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처음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어서 참여자 1000명을 추가했다”며 “두 조사 결과 차이가 없게 나와 신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20대 섹스리스 인구가 10∼20년 후에도 이어지면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랫말도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 교수는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걸 넘어 로맨틱한 관계조차 늦춰지거나 선택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회가 등장할 경우 개인이 연인 관계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나오고 있다. 염 교수는 “반려동물이나 가족으로부터 애정을 채울 수도, 아니면 관계 속에서 욕망을 충족하는 대신 넷플릭스나 보고 지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굉장히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성관계를 적게 하는 현재의 20대가 30∼40대가 돼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찾게 된 후에도 섹스리스 비율이 높을지 검토하는 것이 장기 연구 과제라고 전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 관계망을 분석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 사람이 강남 주민과 더 많이 성관계를 맺는지, 또는 다른 지역 사람과 더 많이 성행위를 하는지 파악한다는 설명이다. 염 교수는 지역뿐만 아니라 연령, 계층과 관련해 성 관계망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