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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출신 방송인 왜 잘나가나

선수때 팬덤 고스란히 따라와
인맥 넓고 에피소드까지 풍부

스포츠 시장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현역 은퇴 뒤 방송가에 뛰어드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 됐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강호동이 원조 격이라 할 수 있고, 이후 서장훈·안정환 등이 각 방송사 주요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꿰차며 스포테이너로 거듭났다.

항상 ‘새 얼굴’을 갈구하는 제작진 입장에서 스포테이너는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신인(新人)이지만, 인지도만큼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쌓아 놓은 팬덤이 고스란히 따라오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인 연예인과 비교했을 때 출발선이 다르다.

스포테이너들의 풍부한 인맥도 연예 활동을 시작하는 그들이 가진 장점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출연진 간 친밀도가 중요하다. 적잖은 스포츠 스타들은 현역 시절에도 유명 연예인들과 두루 친분을 맺어왔던 터라 방송가에서 연착륙이 용이하다. 안정환이 축구 캐스터로도 활동했던 방송인 김성주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오며 JTBC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사진)·‘냉장고를 부탁해’, MBC ‘편애중계’ 등에서 연이어 호흡을 맞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선수 시절 그들이 겪은 에피소드들은 훌륭한 방송 소재가 된다. 천하장사 자리를 놓고 강호동과 수차례 대결했던 이만기는 현역 시절 모래판 위에서 강호동에게 “깝죽거리지 마라”고 일침을 날렸던 일화를 안줏거리 삼고, 메이저리거 출신인 박찬호는 1999년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렸던 사건을 회상하곤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들은 전 국민이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가진 인물들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주역들은 그 당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며 “방송 관계자들이 스포테이너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성공 사례가 많다는 것이 새로운 스포테이너를 발굴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허재·현주엽 등이 주목을 받았고, 축구의 이동국과 이종격투기의 김동현은 현역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스포테이너의 흐름이 남성 일변도로 흐르는 상황 속에서 프로 골퍼 출신 박세리, 배구 여제 김연경 등도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되며 여성 스포테이너의 등장을 알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