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유적에서 발굴된 활자. 이 중 일부가 조선 전기인 1434년 갑인자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제공

인사동서 유물 무더기 발굴
‘갑인자’최종확인땐 일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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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29일 공개한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종로구 인사동 79번지)’ 발굴 결과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항아리에 담긴 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1600점의 금속활자다. 최고(最古)의 한글 금속활자 실물이 확인된 데다, 조선 세종 대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도 다수 발견됐다. 학계에선 “인쇄사를 다시 써야 할 놀랄 만한 발견”이라고 반기고 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1450년대) 이전 고려와 조선에서 금속활자 인쇄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실물 금속활자가 확인된 사례는 많지 않다.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은 ‘직지심체요절(1377년)’이지만,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실물로 인정받는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을해자’ 약 30점이다. 을해자는 조선 세조 때인 1455년 처음 주조돼 약 100년 동안 쓰였는데, 중앙박물관 보관 을해자는 1462년 ‘능엄경언해’ 때 쓰인 활자로 여겨지고 있다. 백두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날 “이번엔 발견된 동국정운식 한글 금속활자는 세조 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세종 대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 제작 시기에 쓰인 활자도 발견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발견된 한자 금속활자 가운데 갑인자가 최종 확인될 경우, 이는 “일대 사건”이라는 게 학계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세종 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 실물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와 함께 일성정시의 부품, 물시계 ‘주전(籌箭)’의 일부로 보이는 동 제품 등도 의미 있는 유품이다.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부분과 시간을 알리는 부분이 구분되는데, 주전은 시간을 알리는 시보(時報) 장치를 작동시키는 부품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