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강경기조로 선회

국민의힘 “구태정치” 비판 속
‘尹보호 vs 거리두기’ 당내 이견

정치권에서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무대응’ 기조 하루 만에 여권을 겨냥한 ‘불법 사찰’ 카드를 꺼내 뒤늦게 ‘강경 대응’으로 전환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캠프 내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과 야권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을 당 차원에서 보호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측 최지현 부대변인은 23일 “손경식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법률대응팀과 별도로 네거티브 대응팀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구성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1일까지만 하더라도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22일부턴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논란을 X파일 사태가 아닌 ‘괴문서 파동’이라고 규정하며,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X파일 대응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에 관한 것이라면 당내 기구나 조직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X파일은) 당원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공작 냄새를 풍기는 방식이 구태(舊態)스럽고, 반복돼선 안 될 작태”라면서도 “당원이 아닌 이상 대응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원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공작정치를 중단하라’는 성명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불법 사찰(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이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고 권력을 가진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과 관련해서는 “당당하게 원칙대로, 그리고 잘못이 없다면 국민 앞에 이런 것을 낱낱이 밝히면서 큰길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재연·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