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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불법공급·투약 증가… 식약처, 적극대응 나서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중
‘30대 이하’ 전체 51.6% 달해
동물대상 ‘자가투여시험’ 실시
‘의존’ 확인되면 신종마약 지정
의존성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운영
의료용 약물 오·남용도 통제
오는 26일은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다. 마약류의 유통이 엄격히 금지된 우리나라지만, 심각성은 점차 더해지고 있으며 국민 역시 마약류의 위협을 점점 더 체감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의 적발 수를 일컫는 ‘마약범죄계수’가 20을 넘으면 청정국으로 볼 수 없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이 수치가 이미 28명을 넘었다. 또 최근에는 SNS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마약 거래가 늘고, 10대 마약사범도 등장하는 등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종 마약류의 지정 등을 통해 마약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 청정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식약처가 관세청, 대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불법 마약류 공급·투약사범이 총 2701명 검거됐다. 연도별로 단속 실적도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전체 1만8050명까지 4000명 가까이 늘었다. 특히 기술 발달 등의 영향으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자 특정이 어려운 ‘다크웹’과 거래 기록을 추적하기 어려운 가상화폐를 이용한 온라인 마약 거래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불법 유통 단속으로 붙잡힌 마약사범은 2016년 1120명에서 지난해 2654명까지 늘었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30대 이하의 마약사범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2017년 5907명으로 해당 연도 전체 마약사범의 41.8%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총 9322명으로 늘었고, 비율도 51.6%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6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다 강원경찰청에 붙잡힌 마약 판매조직으로부터 압수된 범행 도구와 마약. 강원경찰청 제공
지난해 10∼12월 특별단속 기간에는 환자·동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조사하기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불법 사용이 의심되는 병·의원, 동물병원 등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그 결과 진료기록부에 마약류 투약 내역 미기재 등 규정 위반이 확인(의심)되는 병·의원, 동물병원 등 78개소와 다수 의료기관을 방문해 중복 처방을 받아 오·남용이 의심되는 환자 34명이 적발됐다. 주로 유명인이나 재벌가의 이야기로 등장하던 마약범죄가 어느새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마약류의 중독상태는 개인의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워 매우 위험하다. 마약을 먹으면 뇌의 쾌락중추에 있는 보상회로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지속적인 투약으로 보상회로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생성돼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되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이 점차 약해진다. 같은 수준의 자극을 얻으려면 투약량을 높여야 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결국 중추 기능이 고장 나고 중독상태가 된다. 일단 마약류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위험 약물을 마약류로 지정해야 하는데, 식약처가 진행하는 동물 실험을 통한 의존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신종 마약류의 지정 시 활용되는 시험법 중 자가투여시험법이 있다. 자가투여시험법은 케이지 내에 레버 스위치를 집어넣어 이를 누르면 약물이 동물 체내에 주입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험동물이 이렇게 주입되는 약물에 반응해 레버를 누르는 횟수가 빈번해질수록 시험 물질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비롯한 다양한 시험법을 통해 약물의 의존성이 확인된 약물을 신종마약류로 새롭게 분류한다. 의존성 평가가 이뤄진 뒤에야 마약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 마약류 통제의 시발점이 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식약처와 의존성 평가를 직접 수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향후에도 꾸준히 의존성 평가 연구를 진행해 마약퇴치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 2월 신종 마약류에 대한 의존성 시험법의 표준화된 평가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신종마약류 의존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시험원리 및 적용범위 △시험동물 및 장비 △시험물질 투여경로·투여량·투여기간 △평가방법 및 평가법 예시 등 과학적인 의존성 평가의 진행에 필요한 안내사항들이 담겼다. 가이드라인은 마약류 의존성 평가를 위한 필수시험법 중 하나인 ‘조건장소선호도 시험’에 대해 국내 전문가 중심의 산·학·관 협의체 회의를 거쳐서 마련됐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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