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1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올여름 ‘텐트폴’ 한국영화. 위쪽부터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 ‘거리두기 완화’ 흥행 기대

총 200억 투입한 ‘모가디슈’
관객 600만이 손익분기점
8월 개봉 ‘인질’·‘싱크홀’은
각각 220만·300만명 넘어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제작비 절반 회수할때까지
매출전액 제작·배급사에 양보”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등 올여름 대목을 이끌 ‘텐트폴’(성수기 대작) 영화가 드디어 돌아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3월 이후 극심한 관객 가뭄에 시달렸던 한국영화계가 실로 1년 4개월 만에 맞는 절호의 기회다. 6월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1400만 명을 넘었고, 7월부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완화되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상영관이 모두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공유하고 통 큰 결정을 내린 덕분이다. 꽁꽁 묶여 있던 한국영화의 흥행 봉인은 이제 곧 풀리게 될까.

이미지 크게보기 ‘인질’은 황정민이 실명 그대로 등장한다. 배우 황정민의 납치사건을 그리고 있다.

◇100억∼200억 원 블록버스터

텐트폴 영화답게 순제작비가 약 100억∼200억 원인 작품이 올여름 잇따라 개봉한다. 첫 번째는 오는 7월 말쯤 개봉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목숨을 건 탈출기를 그리고 있다. 모로코에서 올로케이션을 해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었다. 이를 보전하려면 관객이 적어도 600만 명 정도는 들어야 한다. 요즘 주말 하루 관객도 10만 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림도 없다. 그러나 ‘상생’을 위해 제작사 외유내강·덱스터스튜디오·필름케이, 그리고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대의를 모았다.

외유내강은 황정민 주연의 ‘인질’을 8월 중하순에 개봉한다. 황정민이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액션 스릴러다.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인 80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다. 220만 명 정도 관객이 관람해야 한다. 이 또한 쉽지 않다. 더구나 외유내강으로선 2개 작품을 제작해 동시에 모험을 감행하는 셈이다.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백신 접종 증가로 분위기가 좀 좋아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8월 초 개봉을 확정한 ‘싱크홀’은 약 115억 원이 투입된 작품이다. ‘화려한 휴가’ ‘타워’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하고 차승원·김성균 등이 출연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명이다. 이수남 더타워픽쳐스 대표는 “전작 ‘타워’ 이후 무려 9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다. 그만큼 말 못 할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나 한국상영관협회의 통 큰 양보로 손실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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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50% 보장 파격

한국상영관협회의 양보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극장들이 용감하게 나서주는 텐트폴 영화에 파격적인 혜택을 보장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상영관협회는 지난 15일 “이들 영화의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통상적으로 영화 티켓 매출을 극장과 배급사 측이 5 대 5로 나눠 갖는데 총제작비 대비 50%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이 매출 전액을 배급사에 먼저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형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일정 부분 책임진다는 의미로, 배급사와 제작사의 흥행 위험을 줄여 안심하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다.

극장들은 최근 여름철 대목을 앞두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재로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관객 1인당 1000원의 개봉지원금을 배급사에 추가로 지급했고, 이번엔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50% 매출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전례 없는 파격적인 행보다.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은 “상영관협회의 양보로 약 20∼30%의 부담을 덜게 됐다”며 “이 경우 ‘싱크홀’의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약 300만 명에서 200만 명 이하로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봉 대기작만 80∼90편…제 살 깎아 먹기는 피해야

그러나 애써 조성된 ‘상생’의 분위기가 자칫 개봉 과열 경쟁으로 흐르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은 개봉을 주저하지만 7∼8월의 결과에 따라 이후엔 개봉 대기작들이 줄줄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편 외에도 한국영화들의 개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조우진이 첫 주연을 맡은 ‘발신제한’은 이미 지난 16일 호평 속에 시사회를 마치고 오는 23일 개봉을 확정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가 7월 7일 개봉을 결정했고, 이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베놈2’ 등이 하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년여간 개봉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것만 80∼90편에 달한다. 일부는 찍은 지 1∼2년을 훌쩍 넘긴 것도 있다”며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면서 한국영화끼리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재현될 수도 있다. 텐트폴 영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았듯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기존의 출혈경쟁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