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대통령, 의회에 법정통화화 법안 제출 예정
일자리 창출 등 내세웠지만 정상 작동할 지는 의문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일상 생활에서 법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5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법정통화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 제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식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안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또 디지털지갑 업체 스트라이크와 협력관계를 맺고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기술을 위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엘살바도르는 중남미 대표적 포퓰리스트로 꼽히는 부켈레 대통령이 주도하는 여당 ‘새로운 생각’이 의회 과반수를 장악해 법안이 제출되면 통과 가능성이 크다. CNBC는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받아들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엘살바도르는 전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경제활동 대부분이 현금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20%가 해외에 있는 국민이 보내는 송금이어서 수수료 부담도 막대하다. 스트라이크 창업자 잭 말러스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엘살바도르 활동인구 중 70% 이상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아 금융시스템 안에 있지 않다”며 “비트코인을 보유하면 개발도상국 경제를 인플레이션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엘살바도르는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려 치안이 위태롭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검찰총장, 대법관들을 축출해 법치주의 훼손 논란을 빚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부켈레 정권의 사법부 장악 책임을 물어 엘살바도르 경찰 등에 대한 원조를 철회하고 해당 지원금을 시민사회로 돌리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