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경해, 결, 90×72㎝, 캔버스에 철, 아크릴, 2020 (갤러리 앙티브 전시작)

젖 뗀 지 얼마 안 된 새끼 길고양이를 입양했다. 자기 배설물을 감추기도 하고 높은 곳 오르기도 좋아하는 습성을 벌써 보인다. 외부 감시가 쉬운 곳을 점해야 생존이 보장되는 오랜 환경 때문일 것이다. 위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지.

수직선이 가득한 그림을 완성하는 이경해. 그는 수직선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메타포에 집중한다. 하지만 세계는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직물과 같은 것, 양자의 상호작용과 관계성을 구성에 녹이고 있다. 내면의 본성과 욕망이 수직선으로 상징되지만, 화면 전체의 결과는 종과 횡의 조화다.

육중한 어둠 속 욕망의 장막이 움직인다. 수직의 독재가 걷힐수록 수평으로 토대가 나타난다. 드디어 눈부신 하늘이 보이고 가슴이 트인다.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어쩔 수 없는 미세한 흔들림, 그것이 오히려 생기를 준다. 바코드같이 반복된 선들을 스캔하면 어떤 욕망의 실체가 나타날까.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