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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쇤베르크

가난해서 음악교육 못받아
지휘자 쳄린스키 도움에 성장

으뜸음 전혀 인정하지 않고
12개 音 한번씩 연주케 배열
조성이 없는 ‘무조음악’ 탄생

익숙하지 않은 청자에겐(심지어 프로 연주자들에게도) 클래식의 현대음악은 굉장히 난해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음악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나? 내 귀에만 이상하게 들리는 건가?’하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현대음악의 선구자, 무조음악, 12음 기법의 작곡가, 아널드 쇤베르크(Arnold Schonberg, 1874∼1951). 그는 1874년 9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태인 집안에서 가난한 구두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 탓에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는 못했다. 15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형편은 더 어려워졌고 음악가의 꿈을 접게 된다. 21세가 되던 해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로 입단하게 되는데 이때 3세 위의 지휘자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Alexander von Zemlinsky)를 만나게 된다. 쇤베르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 본 쳄린스키는 그에게 작곡 레슨을 해주었고 또 그의 작품들이 연주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침내 쇤베르크가 음악가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빈 예술계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절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나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로 대표되는 표현주의 미술과 그 뒤를 이은 표현주의 음악의 출현이었다. 표현주의 예술가들은 허울 좋은 가식적 감상이 아닌, 부정적이지만 진실 된 감정들(우울이나 불안, 공포)을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음악에선 이런 격하고 미묘한 주관적 감정들이 불협화음(귀에 거슬리는 음의 조합)으로 나타났다. 이미 앞선 시대의 안정된 음악어법으로는 그들의 격정적이고 잠재적 감정들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쇤베르크는 작품 전반에 걸쳐 조성에 구속되지 않고 불협화음과 협화음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를 두고 그 스스로 ‘불협화음의 해방(emancipation of dissonances)’이라고 명명했는데 그 결과 기존의 조성체계가 무너진, 아예 조성이 없는 ‘무조음악’이 탄생했다. 그는 더 나아가 완벽한 조성의 탈피를 위해 12음 기법을 창안해 낸다. 12음 기법이란 조성음악에 존재했던 으뜸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도’에서 ‘시’까지의 12개음(흰 건반 7개, 검은 건반 5개)에 모두 동등한 자격을 주어 배열하는 기법이다. 작곡가가 미리 정해놓은 12개의 음렬을 되풀이하며 진행하게 되는데 12개의 음이 모두 동등하게 한 번씩만 연주돼야 한다. 다시 말해 한 작품에 1200개의 음이 있다면 12개의 음이 똑같이 100번씩 연주되는 것이다. 쇤베르크는 “이미 충분히 사용한 음의 관계는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모든 작곡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쇤베르크의 음악은 난해하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새롭고 신선하며 이후의 모든 작곡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그의 작품들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공연장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더라도 그가 ‘현대음악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Op.25

12음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작품. 프렐류드, 가보트, 뮈제트, 인터메조, 미뉴에트, 지그 등 총 6악장으로, 작품 형식은 바로크 양식에 토대를 두었지만 작곡 방식은 파격적인 12음 기법을 활용했다.

보수적이고 우아한 춤곡 양식에 혁신적인 12음 기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음악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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