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정우(앞줄 왼쪽 두 번째) 포스코 회장이 영보드 위원들과 ‘셀카’를 찍으며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7) 포스코, MZ세대 직원들과 다양한 소통

게시판에 업무 관련 글 올리면
전문가들이 즉각 답변 달아줘

포스튜브에 ‘10분 영상’ 제작
76개 부서 참여, 3500건 공유

직원·임원 간담회 ‘통통커미티’
유튜브 홍보 등 채용방식 ‘변화’

포스코그룹은 대표적 ‘굴뚝 산업’인 철강업을 주축으로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여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못지않다.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던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은 살아 있지만, 현재의 포스코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희생정신’ DNA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원과의 소통 실험을 결합해 기업 문화와 가치를 한 차원 더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입 직원과 노하우 공유하는 소통 채널 = 포스코에는 직원들의 업무지식과 경력개발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는 ‘포스위키(POS-We:Key)’란 플랫폼이 있다. ‘우리를 키우는 성장의 열쇠’란 뜻이다. 27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위키는 직원들이 게시판에 업무지식이나 경력개발 관련 글을 올리면 분야별 업무지식 전문가와 경력개발 카운슬러가 답변을 달아주는 플랫폼이다. 특히 경력개발 분야에서는 30개 직무분야, 총 60명의 카운슬러가 새로운 부서 업무 탐색, 해외주재원 선발 등에 대해 심층 상담을 해 준다. 한 신입사원은 “회사에 다닌 지 오래되지 않은 사원들은 유관부서와 일하는 데 있어 난감한 점이 많고, 경력개발과 관련해서도 걱정이 많은데 전문적인 지식으로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포스위키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포스코에는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직무 노하우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지식공유 플랫폼 ‘포스튜브(POSTube)’도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포스튜브를 통해 10분 내외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며 상호학습하고 있다. 포항·광양제철소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포스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총 76개 부서에서 참여해 3500여 건의 직무 노하우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튜브는 MZ세대 입사 등 빠른 세대교체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튜브 대표 콘텐츠인 ‘명장(名匠)튜브’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현직 포스코명장 18명이 직접 제작한다. 한 직원은 “작업 표준을 10번 읽는 것보다 친숙한 영상으로 1번 보는 게 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포스코 권명국(왼쪽) 명장이 포스튜브를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CEO와 직접 만나는 ‘MZ세대 이사회’ 영보드 = 조직 내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뽑아 구성하는 포스코 영보드(Young Board)는 CEO와 직접 소통하는 일종의 ‘청년중역회의’ 역할을 한다. 최정우 회장은 영보드 참가자 직급도 차·과장급에서 대리급 이하로 낮췄다. 특히 올해 영보드 선발은 사내 공모를 통해 희망자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보드는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세대·계층 간 소통 활성화 등에 대한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해 1년에 총 4차례 이상 CEO를 직접 만나 논의한다. 영보드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포스코의 정책에 실제 반영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협업 활동 성과 지표 △정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도입 △남자 직원 태아검진 휴가 △본인 포상 ‘셀프 추천’ 제도 등이 있다. 포스코는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가상현실(VR)과 게임형 시뮬레이터 시스템을 도입, 직원들이 가상으로 설비를 운전·제어하는 실습장을 구축하고 교육에 활용 중이다. 출산·양육 친화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남자 직원 태아검진 휴가 제도,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추진한 우수 업무에 대해 자신을 포상자로 추천할 수 있는 공모 포상 제도 등은 도입을 앞두고 있다.

◇평직원과 간부 직접 소통, ‘통통 커미티’= 통통 커미티는 직원들의 고민, 개선의견 및 건의사항 등을 임원과 공감하기 위한 소통 창구다. 직원과 CEO가 대면하는 영보드 외에 직원과 임원 간 간담회도 마련해 소통을 확대한 것이다. 통통 커미티는 부문·본부 산하 실(室) 단위로 과장 이하 MZ세대 직원 2명을 위원으로 선발해 1년 주기로 운영한다. 통통 커미티 간담회는 분기마다 개최되는데, 위원들이 설문조사·면담 등을 통해 각 부서의 고민이나 제안을 발굴, 주제를 정한 뒤 담당 임원과 자유 토론을 벌인다. 포스코에 따르면 통통 커미티를 통해 ‘관행적 보고’ 줄이기 등 보고문화 간소화, 배우자 출산휴가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노무제도를 편하게 활용하는 분위기 조성 등 임원 권한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은 즉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 통통 커미티 위원은 “편한 분위기 속에서 임원과의 대면 소통을 통해 직원이 자유롭게 제기한 고충이 전달되고, 해결 과정에서도 불만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통통 커미티 위원은 본사 70명, 포항제철소 65명, 광양제철소 40명 등이다.

◇채용 방식도 MZ세대 맞춤형으로 = 포스코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맞게 유튜브 ‘포스코TV’를 통해 채용절차를 안내하고, 선배 사원 토크쇼 등 채용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하는 등 채용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또 인스타그램 계정(POSCO_HR)을 통해 채용 안내를 하고 DM(Direct Message) 기능을 활용해 구직자와 실시간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채용 진행 사항과 가점 요소, 서류 작성 가이드 등 채용 관련 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주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통해 여러 문의사항에도 실시간 답변을 제공했다. 특히 서류접수 마감일을 앞두고 생산기술직 채용 담당자가 구직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작성한 시(詩) ‘응원가’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