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市 예산 402억여원 사용
재위탁땐 3년간 또 158억 소요
정치적 편향성 지적도 계속 받아

내부선 “제대로 된 감사 안해”
市관계자 “9년간 진화해 왔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한 9년 동안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며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져왔던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재위탁을 추진하면서 평소 마을 공동체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던 오세훈 시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센터는 그동안 박 전 시장의 측근이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사단법인이 9년간 위탁 운영하면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을 계속 받아왔으며, 매년 시의 지도·점검에서 개선요구를 받았을 정도로 문제점이 노출돼왔다. 지난 9년간 센터 민간 위탁에 소요된 서울시 예산만 402억7900만 원에 달한다. 일단 오 시장 측 핵심 관계자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의 투명성을 높여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센터에 대해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4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울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을 통과시켜 시로 이송했다. 2018년 8월 23일부터 시작됐던 센터 3년 위탁 재계약이 오는 8월 22일 만료되기 때문으로, 시의회의 동의안을 받아든 시는 6월 중 공고를 내고 오는 2024년 8월 22일까지 센터를 위탁 운영할 법인을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시의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센터 운영예산으로 158억74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전 시장 시절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고, 거액의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데도 이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나 평가 없이 재위탁을 강행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시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 결과, 2012년 5월 시의회에서 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이 의결된 이후 같은 해 8월에 공개모집을 통해 ‘사단법인 마을’이 센터 위탁 법인으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마을은 2012년 4월 박 전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조직했으며 2012년 8월부터 센터 수탁을 맡은 이후 2015년 8월과 2018년 8월 두 차례 시와 위·수탁 협약을 맺어 올해까지 시로부터 센터 운영 예산 402억79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달 초 시의회가 펴낸 ‘예산·재정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9년간 센터의 인건비는 2012년 4억8100만 원에서 올해 16억6700만 원으로 246.6% 증가한 반면, 사업 예산은 같은 기간 10억5400만 원에서 20억1700만 원으로 9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수행을 위한 예산보다 인건비 증가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게 수치상으로 증명된 것이다. 또한 서울시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센터를 지도·점검한 결과, 직원 근태 불성실·지출 서류 구비 미흡 같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구성한 ‘서울비전 2030 위원회’에서도 마을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언급이 있었으며 앞으로 공동체 정책은 폐지하지 않고 신설되는 시민협력국 내에서 계속 진행된다”며 “마을공동체 사업은 지난 9년간 견제와 공격을 받으면서 계속 진화해왔으며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늘어난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