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북아 공급망 다변화 모색
韓·대만에 경쟁력 밀린 일본은
아베·아소 직접 최고고문 맡아

세계 온라인 상거래·클라우딩 1위 아마존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집중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과 대만에 이어 일본도 국가 차원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 반도체가 핵심 안보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동북아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4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반도체 문제에 대한 미 주요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개최한 화상포럼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온라인 상거래뿐 아니라 클라우딩서비스 부문에서 절대 강자로 꼽힌다. 아마존은 특히 2019년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화학물질 수출을 규제한 사건을 거론하며 “반도체 공급을 한 나라 기업에 의존하는 것의 위험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것도 한국, 대만 등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의 위협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기업은 미래산업 주도권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좌우할 수 있는 ‘키 플레이어(핵심 선수)’로 평가된다. 실제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미국이나 중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면서 고조되는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 속에서 대만의 최대 안보 자산으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세계 전자산업은 계산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평가했다. 세계 반도체 기업 중 TSMC와 함께 5㎚ 이하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삼성전자 역시 미국으로부터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설비 분야를 장악하고 있지만 제조는 대만, 한국 등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가 핵심 안보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일본도 국가 차원의 반도체산업 발전전략을 모색한다. 16일 NHK는 집권 자민당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새 의원연맹을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오는 21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인 이 모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최고고문을 맡을 만큼 범정부 차원의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