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오늘도 출근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조계에서 자진사퇴론이 커지고 있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면서 관용차 뒷좌석에 앉아 굳은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는 수원지검서 진행했는데
서울중앙지검서 기소는 이상해”

박범계 ‘인사 이중잣대’도 논란
‘수사 중’ 이유 한동훈 복귀 거절
‘기소’ 이성윤 직무 배제엔 침묵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전국 최대 검찰청을 계속 이끌며 재판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돼 ‘이성윤발 후폭풍’은 다음 달 검찰 인사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내부와 여권에서조차 직무배제 및 사퇴론이 나오는데도 이 지검장의 ‘버티기 작전’이 가능한 것은 “기소와 징계는 별개”라며 사실상 이 지검장을 두둔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징계에 미온적인 대검찰청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 장관은 13일 이 지검장의 재판 관할지와 관련해 “억지춘향 같은 느낌이 든다”며 여전히 이 지검장을 감싸는 발언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정책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춘천지검을 찾은 자리에서 이 지검장의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쉽게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다”라며 “수사는 수원지검에서 해놓고 정작 기소는 중앙지검에서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 형사소송법에 관할이라는 게 있는데, 관할 맞추기를 위한 뭐 억지춘향이랄까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며 “수사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수원지검에서 수사했으면 수원지검에서 기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이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직권남용 범죄가 이뤄진 관할지인 서울중앙지법에 재판을 넘기고자 중앙지검에서 기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어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유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직무배제를 놓고 앞뒤가 안 맞는 박 장관의 행동에 대해 검찰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여권이 ‘검언유착’이라고 주장한 ‘채널A 사건’ 피의자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팀 복귀 요청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이랬던 박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 지검장에 대해선 사실상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기소 당사자인 이 지검장은 이날 출근길에서는 취재진을 피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이날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징계를 내려달라고 대검에 진정서를 냈지만, 친정권 성향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징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행 검사징계법에는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해당 검사를 징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징계 청구권이 있는 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해완·염유섭 기자, 춘천 =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