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원정대’ 속출… “장기휴가 낸뒤 美가서 백신맞고 관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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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온라인여행카페 운영자
“5월부터 관광문의 크게 늘어”

“지인중에 이미 간 분도 있다”
여행커뮤니티도 관련글 폭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다니는 40대 박모 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의료진 접종 대상에 포함되자 고민이 커졌다. 혈전 논란 안전성 문제로 ‘백신 선택권’을 잃은 것 같아 기분도 유쾌하지 않았다. 가족들도 장기 휴가를 내고 미국에 가서 화이자 백신을 맞을 것을 권했다. 박 씨는 고민 끝에 결국 휴가를 내고 이달 중 미국에 백신 관광을 가기로 했다.

AZ 백신 불안감에 백신 관광을 하러 미국에 가는 ‘백신 원정대’가 속출하고 있다. 시간과 재정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 중심으로 화이자, 얀센 백신을 맞고 여행도 할 목적으로 미국행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11일 미국 현지에서 회원 수 20만 명 규모의 온라인 여행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미국에서 여행객 대상 백신 무료 접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 5월부터 문의가 늘었다”며 “요즘은 예약하지 않아도 접종소에 가서 바로 맞을 수 있는 미국 상황을 알고 문의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미국 원정을 희망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시누이가 미국에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백신 맞으러 온다면서 저희한테도 빨리 오라고 한다”며 “주변에 갔다는 분들도 있고 항공권을 예약하겠다는 분들도 있어 놀랐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로스앤젤레스(LA)로 6월 말에 백신 맞으러 간다” “주변에 돈 많고 시간 많은 분 2명이 다녀온 걸 봤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백신 원정을 향한 우려도 공존한다. “미국에서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나면 여행자 보험으로 처리가 되는지” “해외 변이 바이러스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백신 인정 문제만 해결되면 백신 관광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해외에서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는 2주 자가격리를 면제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미국은 백신 관광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 멕시코가 백신 관광의 주류를 이룬다. 태국의 한 여행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1회 접종하는 얀센 백신을 맞은 뒤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지를 10일간 여행하는 단체 상품을 내놨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2400달러(약 268만 원)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예약 첫날 200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텍사스주, 플로리다주에 이어 뉴욕시도 백신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6일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등 주요 명소에 승합차를 이용한 이동식 백신 접종소를 설치해 관광객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에게 접종할 백신은 긴 시차를 두고 두 번 접종할 필요가 없도록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얀센 백신을 사용할 예정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LA로 향하는 대한항공(KE011)편의 예약률은 24% 정도다. 해당 노선은 보잉777 기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좌석 운영 현황은 △퍼스트클래스 8석 △프레스티지클래스 42석 △이코노미클래스 227석 등 총 277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주행 전 좌석이 매진은 아니므로 개별 관광객이 백신을 이유로 예약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름·전세원·곽선미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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