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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불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불이 없다면 사람이 먹는 것도 음식이 아닌 ‘먹이’일 수밖에 없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먹이가 될 수 있는데 짐승은 본래 상태 그대로 먹지만 사람은 불을 이용해 조리해 먹는다. 불의 열로 익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불을 직접 가하는 굽는 방식이다. 이때 구울 재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기이다. 불고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불고기가 있으면 물고기도 있어야 하는데 물고기는 가리키는 대상도, 발음 방식도 다르다. 불로 구운 고기는 [불꼬기]가 아니고 물에 사는 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다. 물론 물고기를 불에 구우면 그것도 일종의 불고기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불고기의 재료는 뭍에 사는 것들이어야 한다. 적당히 썰어 양념에 자작자작하게 재서 불판에 굽는 것도 불고기이고, 석쇠에 구워내는 것도 불고기이다. 고기를 넓게 저며 양념을 한 후 석쇠에 구워낸 너비아니도 역시 불고기다. 저마다 불고기의 원조를 자처하지만 불로 구운 고기는 모두 불고기다.

불고기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우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서양의 스테이크도 불고기이고 일본의 야키니쿠도 불고기이다. 그러나 숯불 화로에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조선시대의 ‘난로회(煖爐會)’ 그림이나 수백 종이 개발된 불판을 보면 자부심에 이유가 있다. 아니, 불 자체가 상 위에 올라와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불고기에 바비큐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사전에서는 바비큐를 돼지나 소 따위를 통째로 불에 구운 요리. 또는 그 굽는 틀로 풀이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밖에서 먹는 고기구이 정도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바비큐 본래의 뜻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리법이나 온도·기구 등의 설명이 복잡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그것도 결국은 불고기일 뿐이다. 아주 오래전 인류의 조상들이 먹기 시작한 방법 그대로 만든.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