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주호영(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오세훈 등 李·朴사면 제기에
“도로 한국당이냐” 내부 반발
영남주류 vs 초선 정면충돌
야권통합도 사실상 멀어져

국민의힘 지지율 다시 하락세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국민의힘이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 혁신이나 민생 챙기기 등 선거 때 내놓은 약속을 다 잊은 채 당권 경쟁에 몰두하면서 ‘도로 영남당’ ‘도로 자유한국당’이란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론’까지 대두하며 신주류(수도권·초선 의원)와 옛 주류(영남 의원)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감정 섞인 비난전을 벌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통합이 멀어지는 등 야권의 중심축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23일 발표한 4월 4주 정기조사에서(20∼22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로, 전주(30%)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성향별로는 보수층이 57%로 동일했지만, 중도층에선 30%에서 27%로, 진보층에선 9%에서 7%로 떨어졌다. 성향을 모르겠다거나 응답을 거절한 무당층에서도 전주 22%에서 20%로 하락했다.

지난 20일부터 당내에서 ‘탄핵 정당성 부정’과 ‘사면론’이 대두하자 비슷한 시점에 중도와 무당층 이탈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당내에서는 “자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섭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사면론에 대해 “(선거) 2주도 지나지 않아 (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소장으로 있는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도 “민심을 거스르는 이런 주장을 강력 규탄하고, 우려를 표한다. 탄핵 부정은 법치 부정이다. 우리 당의 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잇단 사면과 탄핵 발언이 당을 지리멸렬했던 지난해 4·15 총선 이전 상태로 회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부정은 ‘도로 한국당’의 시작이자 태극기 부대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의원은 지난 20일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공식 사과했던 것을 정면 뒤집는 발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리더십을 잡으려면 당심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민생 현안에 대한 정책 의제가 필요한 때에, 인기 영합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계속해야 하는데, 일회성으로 끝날 경우 쇄신했던 부분들이 결국 다 퇴색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선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