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닷새를 앞두고 해외 유력 매체들이 앞다퉈 윤여정(왼쪽부터)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고 채드윅 보즈먼(남우주연상), 클로이 자오(감독상)도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관전 포인트

윤여정, 예측투표서 압도적 1위
故보즈먼은 남우주연상 가능성
클로이 자오, 유력 감독상 후보
‘오스카소화이트’서 변화의 바람

비대면 영화제와 차별화 모색
봉준호 등 15명 시상자로 초대
‘작은 레드카펫’ ‘프리쇼’ 진행
사회자 없는 영화같은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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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5일 오후 8시부터 ABC 생중계로 개최된다. 한국시간으로는 26일 오전 9시다. 이번 아카데미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영화 ‘미나리’가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인가,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아카데미가 과연 어떤 시상식을 보여줄 것인가. 올해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와 수상 가능성을 예측해봤다.

◇‘오스카소화이트’와 결별

‘미나리’가 후보로 지명된 부문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각본상이다. 각종 언론의 수상 예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잇단 수상과 재치 있는 소감으로 화제가 된 윤여정은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상식 예측 사이트인 골드더비는 윤여정의 수상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21일 자체 집계한 여우조연상 부문 예측 투표에서 윤여정이 전문가와 편집자, 일반 회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 현재 4516표를 획득해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592표),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414표),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187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164표)을 크게 앞섰다. 골드더비는 “윤여정이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梅木美代志)에 이어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움켜쥐는 두 번째 아시아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SA투데이는 감독상과 작품상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쏠린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남우주연상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고 채드윅 보즈먼을 꼽았다. ‘블랙 팬서’로 잘 알려진 보즈먼은 대장암 투병 끝에 지난해 여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카데미에서 사후 후보 지명은 8번째로 만약 그가 수상하면 피터 핀치와 히스 레저에 이어 세 번째 사후 수상자가 된다.

영국의 BBC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비올라 데이비스와 보즈먼이 동시에 남녀주연상 받는다면 1998년 잭 니컬슨과 헬렌 헌트가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로 동시에 남녀주연상을 받은 이후 23년 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여정과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경쟁하는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는 이번이 8번째 후보 지명이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앞서 미국배우조합(SAG)상 결과로 봐도 윤여정(여우조연상), 보즈먼(남우주연상)의 수상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수년간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아카데미에도 변화의 열매가 맺혔다고 할 수 있다.

◇비대면서 대면으로…시상식의 진화

아카데미는 해마다 2월 초에 열렸으나 올해엔 코로나19로 2개월여 연기됐다. 비록 늦춰졌지만 최고 권위의 시상식답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핵심은 대면 시상식의 가능성 모색이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개최 장소였던 돌비극장(옛 코닥극장)을 벗어나 메인 무대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옮긴다. 유니언 스테이션은 미국 서부지역 개척 역사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아카데미 측은 2019년부터 시상식 사회자를 없앴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판단 아래 올해도 사회자 없이 간다. 대신 15명의 시상자를 섭외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호아킨 피닉스, 러네이 젤위거, 브래드 피트, 로라 던 등을 초대했다. 또한 역대 수상자이자 스타인 할리 베리, 해리슨 포드, 리스 위더스푼 등도 시상자로 불렀다. 23개 부문 후보자의 적극적인 참석도 기대된다. 이미 윤여정은 지난 13일 출국했고, 한예리는 ‘미나리’의 주연배우 자격으로 20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소규모지만 레드카펫 세리머니도 열린다. 아카데미는 본 시상식에 앞서 ‘오스카: 인투 더 스포트라이트(Oscars: Into the Spotlight)’ 프리쇼를 진행한다. 그래미상을 받은 가수 허(H.E.R.)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파이트 포 유’ 등을 부른다. 참석자들은 사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