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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곶감의 원재료인 감은 농·산촌 지역의 소득원으로 효자 품목이다. 연간 184t이 생산돼 2200여 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수실(樹實) 임산물 가운데 밤 다음으로 수출이 많이 되는 품목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잘 익은 감을 서리가 내릴 무렵 따서 껍질을 깎은 뒤 따사한 햇볕과 적당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두 달가량 잘 말리면 새하얀 건시로 재탄생한다. 고품질의 곶감을 얻기 위해서는 건조한 날씨와 바람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에 감이 잘 말라 갈수록 산불이 나기에도 좋은 조건이 된다. 감이 잘 마르도록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길 바라야 할지, 산불방지를 위해 비가 오기를 바라야 할지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의 마음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가는 시기다.

실제로 겨우내 이어진 건조한 날씨와 강풍을 타고 지난 2월 겨울 산불로는 드물게 안동과 예천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하루 동안 전국 5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500㏊의 산림이 불타고 입목 피해만 25억 원에 달했다. 5건 모두 늦은 오후에 발생해 야간산불로 이어졌고, 46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1967년 산림청이 개청하고 본격적으로 산불관리를 시작한 이래 2010년 말까지 연평균 435건의 산불이 발생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최근 5년 사이 평균 570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20년 평균 기준으로 20%가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산불은 지난 주말까지 151건으로 605㏊의 산림 피해를 가져왔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가 증가했다.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소각산불, 산림 연접지 화재 비화 순으로 대부분이 부주의에 기인한다.

산불은 인재로 시작되나 일단 발생해 강풍을 만나게 되면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재난이 된다. 그동안 발생한 대형산불은 모두 입산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시작됐지만, 봄철 초속 4m 이상의 강풍에 급속히 확산돼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100㏊ 이상의 산림 피해를 일컫는 대형산불은 2000년 강원 동해안 2만3794㏊, 2005년 양양 낙산사 973㏊, 2019년 강릉·고성 2832㏊ 등 지난 20년간 총 42건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136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에 탔다.

산림청은 대형산불이 집중되는 이달 13일부터 4월 18일까지를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해 국가 산불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산림헬기 7대를 대형산불 위험이 큰 강원 동해안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59개의 지역 거점 산불대응센터를 중심으로 진화대원의 신속한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불이 3월에서 5월 초순 사이에 집중됐었다. 산불관계자들은 아까시꽃이 피는 5월이 오기를 학수고대했으나, 이제는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한여름에도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여름철에 발생한 산불은 연평균 50건, 전체의 11%로 오히려 가을철보다도 많다.

산림청은 지속적인 예방대책에도 불구하고 산불 증가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무단소각과 입산통제구역 출입에 대해 이전과는 차별화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한다. 불법행위가 예상되는 지역을 매주 선정해 32개의 산불드론감시단을 집중 운영하고, 불시에 시·군,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특정 지역에 대해 그물망식 단속을 벌여 불법행위자는 일벌백계한다.

산불 걱정 없이 고품질의 곶감을 양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농림업인 소득향상에 일조할 수 있도록 산을 좋아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적극적으로 산불방지에 동참해 주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