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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부 부장

‘감시 자본주의’란 말이 있다. 쇼사나 주보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2019년 발표한 저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간 행동이 만드는 데이터를 기업이 직접 수집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본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감시 자본주의 흔적은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내 유튜브 시청 행태, 즉 내 구독 동영상 채널과 자주 보는 동영상 내용을 파악해 유튜브에서 맞춤형 동영상을 줄줄이 제안하는 것이다. 아마존 추천 도서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내 독서 취향에 따른 도서 추천이 기막혀 추천 도서 목록을 보기 위해 일부러 아마존에 접속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은밀하고 유별난 내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형 정보기술(IT) 회사)들의 수고가 너무 신기하고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전 세계 개인들이 별생각 없이 제공한 데이터들을 끌어모아 제국을 건설한 사실에 입맛이 씁쓸한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자체 기준에 따른 콘텐츠 검열, 자의적인 계정 삭제, 불공정 거래 행위 등 각종 횡포를 저지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 대한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갑작스러운 계정 삭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소셜미디어 팔러 웹호스팅 거부 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과연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나. 미국 잠입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젝트 베리타스’에 따르면 일종의 내부 고발자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글로벌 기획 책임자 베니 토머스는 최근 “세계 역사상 20억 명의 인구를 통치한 왕은 없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그렇다. 그리고 그는 36세다. 회사는 해체돼야 한다”며 빅테크에 대한 정부 개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렇다고 정부는 믿을 수 있는가. 이 또한 자신할 수 없다. 최근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봐도 그렇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로 비트코인 등 민간 기반의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그 가치를 인정한다. 중국의 CBDC 도입에 대해 글로벌 기축통화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전쟁 관점에서 흔히 접근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은 CBDC가 강력한 사회적 통제수단의 하나라는 점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많은 장점이 있는 CBDC 도입에 주저하는 것은 기술력 부족 탓이 아니라 개인 정보 침해 문제,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 약화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우리는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이라는 특수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정부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너무 쉽게 동의했다. 미처 주목하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동안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은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큰 가시를 품고 있었던 셈이다. 빅테크와 빅브러더 틈바구니에서 점점 졸아들고 있는 사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