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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지방 공기업에 근무하는 20대 미혼여성입니다. 입사 때부터 제게 따뜻하게 대해 준 40대 기혼 부서장님이 최근에는 불편합니다. 퇴근 후에 안부 문자도 잦아지고, 몇 차례 책 선물을 받고 나서부터입니다. 또 따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는데, 일단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댔습니다. 그런데 언제 시간이 되냐고 또 물어봅니다. 식사 한 끼 가지고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어떡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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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회사일·개인생활 구분… 자신의 입장 명료하게 밝혀야
▶▶ 솔루션

우리 사회의 직장문화는 집단주의 영향으로 공과 사가 잘 구분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적인 연락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절한 행동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문자나 선물을 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따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는 것은 선을 넘은 행동으로 보입니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이야기인데요. 최근 언론에도 많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직장 내 성추행은 노골적인 강제추행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직장 밖에서 사적인 만남이 이어지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직장 내 성추행의 가해자는 대다수가 직장상사입니다. 즉, 위계에 의한 추행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추행을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위를 추행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직장상사가 꽤 많습니다. 오히려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전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같이 즐긴 것이다’라고 억울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피해자가 상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못 한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남성들은 여성들이 성격이나 예의상 보이는 웃음이나 친절 등을 자신을 좋아하는 신호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적인 만남을 요청받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표현은 짧고 명료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굳이 상대가 이해할 때까지 대화를 시도하거나, 다른 핑계를 만들어 그 순간만을 빠져나가려고 하거나, 빙 돌려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회사 일과 개인 생활을 구분하고 싶다는 데 방점을 찍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퇴근 후에는 회사 분들과는 사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어떤 분들은 상사에게 어떻게 딱 잘라서 거절하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표현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업무상 상사가 내 삶의 상사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직장에서 업무상 거절은 부드럽게 하더라도 원치 않는 사적인 관계로 접근해 올 때는 무엇보다 분명하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겠습니까!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