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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어머니’ 헨델

자신이 배신했던 독일 선제후
조지 1세가 돼 영국 왕위 계승
런던 템스강 뱃놀이 정보 입수
화 풀어주고 즉위축하 ‘다목적’

상쾌한 악풍…기분전환에 제격

볕 좋은 봄날,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음악이 고파질 때가 있다. 잠깐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든, 주말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위해서든 클래식 곡 중에도 상황에 따라 골라 듣기 좋은 곡이 많다. 집을 나서기 전, 그날 기분에 따라 착용하는 액세서리처럼 말이다.

1717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절에도 드라이빙 뮤직이 존재했다. 물론 당시에 자동차가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강변에서 귀족들이 즐기던 뱃놀이가 지금 시대로 말하자면 드라이브였을 것이다. 순전히 뱃놀이의 흥을 더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있으니,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헨델(1685~1759)의 ‘수상 음악’이다. ‘워터 뮤직’ 역시 당시엔 뱃놀이하며 즐기는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다.

헨델은 1710년 독일 하노버의 게오르그 선제후(중세 독일에서 황제 선거의 자격을 가진 제후) 소유인 악단의 악장으로 임명됐다. 지위가 높은 자리였지만 헨델은 행복하지 않았다. 당시 독일에서는 성악 위주의 교회음악이 대세였다. 세속적인 작품을 창작하고 싶었던 헨델은 자신의 열정을 펼칠 수가 없었다. 헨델은 악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휴가를 얻어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세속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고, 호평 일색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독일로 돌아온 헨델은 약 1년 뒤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이해해 준 영국을 다시 방문했고 독일의 귀국 명령도 무시한 채 영국에 눌러앉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714년, 헨델을 총애하던 영국의 앤 여왕이 급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이 배신하고 뛰쳐나온 하노버의 선제후가 조지 1세의 이름으로 영국 왕위를 계승하게 됐다. 헨델은 옛 주군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혹은 즉위를 감축드리기 위해 어떠한 아첨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1717년 여름 어느 날, 헨델은 조지 1세가 측근 귀족들과 함께 런던의 템스강에서 뱃놀이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뱃놀이에서 왕의 여흥을 돋우고자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바로 연주자들과 악기를 배에 실어 선상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왕의 배 주변을 따라다니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드릴 요량으로 작곡한 곡이 바로 ‘수상 음악’이다.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1685~1750)와는 같은 독일 출신에 나이도 동갑이다. 둘의 음악적 색깔은 남성, 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독실한 루터교 교인인 바흐의 음악은 치밀하고 논리적, 이성적이며 작품 목록도 교회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헨델은 자유분방하다. 바흐와 같은 바로크 음악에 속하지만 헨델의 작품들은 극적이고 상쾌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외국 음악 스타일도 상당히 받아들여 화려하며 개방적인 경향을 보인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헨델 ‘수상 음악’

당시 템스강의 뱃놀이 연회에서는 약 50명의 연주자가 이 곡을 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크고 강한 음악은 왕의 배에서 조금 떨어져서,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은 왕의 배 근처로 이동해 거리를 조절하면서 곡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연주했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뱃놀이 연회는 1715년에도 이미 있었고 1717년과 1736년에 추가로 진행되며, 총 3회에 걸쳐서 개최됐다. 헨델이 작곡한 20곡을 모두 모은 것이 지금의 ‘수상 음악’으로 전해지고 있다. 20곡의 소곡으로 이뤄졌으며 당시 유행했던 춤곡들을 모은 합주 협주곡 형태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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