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 66X-X 지번 토지에 7일 묘목이 심겨 있다.

벼농사 짓던 땅에 버드나무만
농업경영계획서는 허위 기재
“토지·나무 보상받으려는 꼼수”

“저 나무요? 작년 봄에 남녀 10명이 와서 이틀 동안 심더라고요. (시흥)시청에서 나와 작업한다고 했어요. 대대로 벼농사만 짓던 땅인데….”

7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 시흥시 과림동 3996㎡ 규모의 한 농지 부근에서 만난 원주민 김모(65) 씨는 빼곡히 들어서 있는 버드나무 종(種) 묘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LH 현직 직원 4명이 15억1000만 원을 들여 2019년에 구입한 땅으로 최근 신도시 후보지에 포함됐다.

원주민들에 따르면 과거 이 땅 주인들은 주로 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LH 직원들도 벼농사를 주로 짓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 제작한 벼농사용 ‘농사 월력’에 따르면, 3월부터는 못자리 자재준비 및 물 부족지역 논물가두기, 상토 및 육묘상자 준비, 봄 논갈이(깊이 15㎝ 이상) 등이 한창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농지 옆 창고엔 버려진 비료 포대와 개 사료, 장화 등만 놓여 있을 뿐 벼농사를 짓기 위한 최소한의 농자재 및 농기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LH 직원과 지인이 매입한 인근 2739㎡ 규모의 논에도 벼농사를 짓겠다고 제출한 계획서와 달리 버드나무만 늘어서 있었다. 과림동의 한 부동산 업자도 “토지보상에다 나무 비용과 이식 비용까지 모두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노린 꼼수”라고 했다. 이날 LH 직원 13명과 친인척 등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 10여 곳의 땅과 밭, 건물을 전수 확인한 결과, 대부분 묘목이 심겨 있었고 건물에도 사람이 살지 않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벼와 옥수수, 고구마, 배추 등 실용적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재연·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