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주 동구 해남해장국의 대표메뉴인 조개해장국. 조개에다 꽃게를 함께 넣어 된장 국물에 뽀얗게 끓여낸 뒤 고추를 썰어 넣었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 조개

칼칼한 고추에 개조개 넣은 해장국
백합조개와 화이트 와인 조화 봉골레
고추기름에 마늘향 진한 볶음 홍합
발간 살에 달달한 갈미조개 샤부샤부
생미역과 뭉근하게 끓인 보말미역국

세계 곳곳에서 패총이 발견될 정도로 조개는 인류 문화의 값진 재화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은 물론, 돈으로도 쓰였다. 지역에 따라 꽤 최근까지(심지어 지난 세기까지)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썼다. 한자에 ‘조개 패(貝)’가 들어가는 자는 재물(財), 선물(贈), 밑천(資), 삯(費), 보물(寶) 등 돈과 관련된 것이 많다. 우리말 보배 역시 한자어 보패(寶貝)에서 나왔다.

금이나 비트코인도 그렇듯 재화는 가치가 변한다. 조개는 겨울부터 봄에 맛이 제대로 들어 가장 값지다. 바지락, 백합, 개조개(대합) 등은 물론 귀한 새조개, 갈미조개(개량조개) 모두 3월까지 즐기기 가장 좋다. 시원하고 감칠맛을 낼 뿐 아니라 살도 단단하고 탱글탱글해 맛이 좋다. 만춘(晩春)이 되면 산란기에 들어 독성을 품을 뿐 아니라 씹는 맛도 덜하다. 조개는 삶아도 구워도 먹는다. 특유의 맛이 진해서 국물을 내기에 특히 좋다. 국과 찌개를 즐기는 습식(濕食)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선 조갯국을 많이 끓인다. 시원한 국물 맛이 식사나 해장으로 제격이라 사철 조개로 밑국물을 내는 집이 많다. 연체동물문 이매패강에 속하는 조개는 종류의 이름 뜻처럼 두 장의 껍데기(二枚貝)를 가진 무척추 연체동물이다. 뼈가 없고 제 뜻대로 이동하기 어려워 많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됐다. 선사인 말고도 물고기나 수생 포유류(해달 등)와 조류와 어류는 물론 연체동물인 문어와 낙지 등에게도 조개는 먹이가 된다. 심지어 같은 조개 종류로 보이는 고둥까지도 조개를 잡아먹는 데 참고로 전복과 우렁, 고둥, 소라 등은 엄밀히 말해 조개가 아니다. 달팽이, 군소 등과 같은 복족류에 속한다. 발이 배에 붙었단 뜻이다. 하지만, 우리 식문화에선 이들도 조개(어패류)로 취급하기에 이번 소개할 조개 맛집에 함께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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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식당 = 조개해장국으로 이름난 곳. 꽃게까지 넣고 끓여 뽀얗게 우러난 진한 조갯국에 칼칼한 고추를 넣어 냄새만 맡아도 입맛이 동한다. 여기다 밥을 말아 먹으면 배배 꼬인 속이 단박에 풀린다. 감칠맛의 보고인 조갯국은 시원한 맛을 내는 데다 살집마다 단백질을 한가득 품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남도의 중심지답게 소시지전과 김치 등 반찬도 황송하고, 뼈해장국도 맛있다고 소문났다. 광주 동구 중앙로 149-5. 8000원.

△인천집 = 조개칼국수 마니아의 성지로 꼽히는 곳. 바지락을 한가득 넣고 끓여낸 시원한 조갯국에 가느다란 면발을 말아낸다. 후추 살짝 뿌리고 고추 삭힌 양념 한술 넣으면 그때부터 젓가락이 춤을 춘다. 해장의 절대강자로 전날 아무리 술에 절었대도 다음날 이 집 국물 한 모금 들이켜면 당장 술을 마셔도 될 만큼 멀쩡해진다. 매끈하고 얇은 국수도 삼키기 부담 없다. 어떤 이는 김치가 먹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고 할 정도로 김치맛이 좋다. 익힌 김치와 겉절이를 같이 차려놔 마음껏 덜어 먹으면 된다. 서울 중구 다동길 36. 8000원.

△라칸티나 = 잘 알려졌듯 이탈리아인들도 조개를 즐긴다. 이탈리아어로 조개는 봉골레다. 1967년 개업, 국내 가장 오래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칸티나는 ‘스파게티 콘레 봉골레’를 파는데 이게 굉장히 오묘하다. 백합을 넣고 국물 흥건한 파스타를 만들어낸다. 올리브 오일과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여낸 국물엔 백합 특유의 시원하고 진한 풍미가 배어있다. 가늘면서도 졸깃한 면발과도 잘 어울린다. 짐작하듯 해장에 좋다. 서울 중구 을지로 19. 1만9000원.

△16호집 시조식당 = 서천시장 위층에 자리한 일명 ‘상차림집’이다. 횟감이나 해산물을 사 오면 조리해 준다. 조개의 제왕으로 꼽는 새조개가 많이 나는 서천이니 요즘은 새조개 샤부샤부를 즐기기에 딱이다. 탱글탱글한 식감 속 단맛 제대로 품은 새조개를 끓는 육수에 찰방찰방 서너 번 휘젓고 간장을 찍어 입에 넣으면 봄을 느낄 수 있다. 기분 탓일까 귀한 탓일까. 혀에 닿자마자 스륵 미끄러져 사라지고 단맛만 남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꾸미를 넣거나 그저 남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을 수밖에. 충남 서천군 서천읍 충절로 42 서천시장. 시가.

△완차이 = 홍합. 사실 지중해담치를 마늘과 고추기름을 잔뜩 넣은 양념에 볶아 훌륭한 매운맛을 낸다. 입맛 살리는 매운 양념에 달달 볶은 홍합은 삶은 것보다 탱글탱글하다. 매운 양념이 부담스럽다면 차오판(볶음밥)을 주문해 함께 얹어 먹어도 좋다. 저며 넣은 마늘 향이 진해 정말 홍콩식(광둥식) 요리인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가게는 홍콩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색 중국 요릿집이다. 볶음면 등 식사류도 잘한다.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50-7. 2만3000원.

△망양정횟집 = 바지락 위주인 서해안 조개칼국수에 익숙하겠지만 경북 울진에는 동해안 칼국수도 있다. 해를 바라보는 망양정 인근에서 ‘해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데 동해안에서 나는 조개로 끓여낸다. 꼬들꼬들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 속에는 가리비와 홍합 등이 들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비너스가 튀어나올 듯 커다란 가리비는 쫄깃하고 홍합 역시 흐물흐물하지 않고 맛이 진하다. 국수 한 젓가락에 조개 하나씩 곁들여 먹으면 분식답지 않게 든든하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716-6. 9000원.

△상해소흘 = 바지락을 매콤한 양념에 재빨리 볶아낸 바지락볶음(爆炒花甲)이 있다. 매콤한 고추기름에 두반장 등을 넣고 볶으면 양념에 바지락 특유의 감칠맛이 녹아들어 입에 짝짝 붙는다. 알맹이를 집어먹고 난 후 멘보샤를 양념에 찍어 먹어도 근사하다. 화교들의 터전인 연남동∼연희동 골목에 중국 현지인이 들어와 색다른 중식 요리를 내는 집이다. ‘소흘(小吃·간단한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이란 이름처럼 안주도 다양하고 값도 저렴해 한잔하기에 딱 좋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2. 1만5000원.

△춘미향 = 보말은 바다 고둥 종류인데 제주도에서 주로 난다. 생물학적 분류론 조개가 아니지만 시원한 맛을 내는 점은 비슷하다. 산방산 앞 춘미향은 제법 커다란 보말을 잡아다가 미역국을 끓여 파는 집이다. 보말을 가득 넣고 생미역, 전복 등과 함께 뭉근하게 오랫동안 국을 끓이면 재료 맛이 국물에 녹아들며 감칠맛이 배로 는다. 주인공은 미역일 테지만 보말 특유의 향과 맛이 ‘제주 특유의 맛’을 살려낸다. 진한 미역국과 생선구이, 반찬 등을 함께 차리는 정식으로 낸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82. 1만 원.

이미지 크게보기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금소리 갈미조개 = 갈매기 주둥이를 닮았대서 갈미조개라 부르는 개량조개. 낙동강 하구 부산 명지 쪽에서 많이 난대서 명지조개라고도 한다. 제법 커다란 조개 안에 발간 살이 들었는데 이게 요즘 별미다. 조갯살의 탄력과 그 달달한 맛과 향은 새조개 못지않다. 부산에선 샤부샤부로 데쳐 먹거나 아예 삼겹살과 함께 기름에 지지기도 한다. 어느 쪽으로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조리법이다. 새조개보다 귀하지만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요즘 부산 강서 쪽을 찾는 이가 많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대로 602 선창회타운 내. 4만 원부터.

△한판떠조개구이 = 한국인이 조개를 맛보는 방법 중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조개구이다. 인천 을왕리에는 조개구이 식당이 많다. 식당이지만 반찬이야 거들뿐, 관건은 얼마나 싱싱한 조개를 많이 주느냐에 달렸다. 한판떠조개구이 식당은 바닷가에 위치했다. 키조개, 개조개, 바지락, 웅피조개 등 제철 조개를 다양하게 구성해 한판 올려준다. 양은냄비 가득 넣어주는 조개찜은 조갯살이 마르지 않아 더욱 좋다. 석화찜을 주문해도 좋다. 마무리로 칼국수까지 한 그릇 하면 한동안 조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인천 중구 을왕동 179-330. 5만 원부터.

△진선(갱조개) = 진선식당에서 이름을 갱조개로 바꿨다. 갱조개란 재첩을 뜻한다. 하동군 등 섬진강 하구가 유명한데 강 건너 광양땅 진월면에도 재첩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있다. 반찬을 한 상 가득 차린 정식상을 받아들면 시원한 재첩국 한 그릇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부추와 애호박을 넣고 뽀얗게 우려낸 재첩이 바닥에 그득 깔렸다. 첫술에 벌써 감칠맛이 입안으로 퍼져나가며 밥을 말면 짭조름한 국물에 뒤섞인 밥알이 훌훌 잘도 넘어간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 선소중앙길 43.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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